3% 성장 '적극 재정' 한은 지원사격…'적자 국채'발행 불가피
2017-08-16 18:38
김동연ㆍ이주열 경제현안 논의…세수부족시 올 57조 발행 예상
통화‧재정당국 양대 경제수장이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최대 현안인 금융시장이나 가계부채 등의 공통된 현안을 뒤로 하고 ‘재정정책’이 대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탄탄한 구축을 위해 정권 초반 재정투입이 불가피하고, 최근 경기하방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 곳간을 열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반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178조원이 필요한데, 추가적인 복지 확대까지 더해진다면 나랏빚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자 국채’가 발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하고,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이들은 적극적인 재정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위해 재정역할이 중요하다고 건의했다”며 “김 부총리도 이 부분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재정역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이 부총재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경제수장이 회동한 자리에서 통화당국 수장이 ‘예산’을 언급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은 막바지로 실무적으로 편성을 마무리하고, 9월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할 일 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말처럼 그동안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178조원 재원마련이 가능하고, 재정건전성 하락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통화‧재정당국 수장이 회동한 자리에서 금융시장 안정성이나 가계부채 같은 공통된 현안을 뒤로 한 채 정부의 재원마련 방향이나 재정건전성, 재정정책이 대화의 중심에 선 셈이다.
김 부총리는 “세입을 통해 추가 마련하려는 83조원은 경제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조달할 것”이라며 “세출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정과제 이행에 따른 재원조달은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성장을 통해 구조개혁을 진행하면서 우리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은 세출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수지‧국가채무를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복지재정 확대와 함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확대같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복지확대에 따른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정에서 나랏빚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의 말을 요약하면 ‘지출이 늘어도 (세수호황‧지출구조조정으로)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시나리오별 계획으로)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부문의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빚 늘리나··· 적자국채 발행 ‘관심’
양대 경제수장이 재정정책을 대화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은 새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실현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안팎에서 이에 따른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음표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매년 12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혀야 한다. 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수입은 연평균 5% 이상 늘어야 한다.
그러나 향후 경기가 낙관적이지 않다. 당장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지금껏 경제성장을 이끈 ‘기업‧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인상, 8‧2부동산 대책 같은 시장규제가 강하게 펼쳐졌다.
시장에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3%대 성장률 달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또 허리띠를 졸라매는 세출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각 부처의 예산을 도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하는 만큼, 이외 사업의 예산은 줄여야 한다.
정부의 예상만큼 세수입이 충분치 않다면 국채발행은 불가피하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국정운영을 위해 발행해야 할 적자 국채발행 규모는 57조2000억원, 내년에는 만기 도래 상환과 교환 등의 물량을 더하면 128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성장률 사수도 불안··· 성장 없는 ‘부채 공화국’ 우려
시장과 전문가들은 ‘성장 정책’이 부재한 가운데 펼쳐지는 ‘소득 주도 성장’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장이 정체된 채 나랏빚만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중심의 선순환 경제구조 구축으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복지지출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이런 맥락이다. 중산서민층의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은 소비확대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성장부문은 냉소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인상과 8‧2부동산 대책으로 대표되는 ‘시장 옥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우리경제는 ‘기업‧부동산’에 기댄 성장을 지속해 왔다. 적어도 성장률이라는 숫자를 끌어올리는 데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장전략은 이와 정반대로 펼쳐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를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표현했다.
이부영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좋은 걸(복지 확대) 하려는 것과 시장을 억누르는(법인세‧부동산대책) 게 부딪히면 효과가 반감되므로 정부의 성장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주체 심리 부담감은 커지는데 이를 완화할 정책적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올해 3% 성장은 물 건너 갔는데 내년에는 가능할까’라는 불안을 불식시킬 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정책대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