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홍콩 독감과 사스 학습효과
2017-08-17 10:30
중국 본토에서도 홍콩 독감 관련 소식이 보도되면서 일부 단체여행객들이 홍콩 여행을 취소하는 등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계절성 독감은 H3N2 A형 바이러스다. 지난 2014~2015년에 유행했던 H3N2 독감의 항원세포에서 변형이 일어나 기존 백신에 대한 내성이 있다. 특히 0~4세 유아 혹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특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콩 현지 반응은 긴장 속에서도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전염성 질병 대처 매뉴얼에 따라 독감 관련 최신 소식을 매일 알리며 독감 확산 저지와 사회적 우려 해소에 힘을 쓰고 있다.
홍콩 식품위생국(한국 농림수산식품부에 해당)은 이번 계절성 독감과 관련된 내외의 우려에 대해 “이번 계절성 독감의 사망률은 2.1%로 일반 독감의 사망률인 1.9~3.3% 범위 안에 있다”면서 “사스에 비교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콩 시민은 정부가 발표하는 독감 관련 소식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홍콩인들은 2003년 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아픈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에서 온 감염자(의학교수)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가 묵은 카우룬(九龍)의 한 호텔에서 2차 감염이 발생했다.
결국 1755명 감염과 299명 사망(치사율 17%)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홍콩은 사스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와 함께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대혼란을 겪었다.
홍콩 정부는 사스 사태를 거울 삼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여행객 및 수화물 검역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계절별 독감이나 전염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위생서(한국 보건복지부에 해당) 홈페이지에 일단위로 올려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스 사태 이후 달라진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타인을 배려하는 홍콩인들의 위생의식이다.
홍콩은 1㎢당 6690명(2014년, 홍콩 정부 통계 기준)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전염병 발생 및 확산에 매우 취약한 곳이다.
전염병의 ‘온상’이 될 수도 있는 홍콩에서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개인의 위생의식을 높이는 것뿐이었다.
홍콩인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감기에 걸린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는 행동은 홍콩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버스나 식당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재채기를 할 때는 반드시 휴지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최대한 작게 해야 한다.
사스 이후 홍콩정부의 적절한 전염병 관리와 높아진 시민의식 덕에 홍콩에서는 전염병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남의 나라 일’이 됐다.
지난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유행으로 인해 큰 혼란이 벌어졌을 때에도 홍콩은 발병국가 여행객 및 감염 의심자에 대한 철저한 격리정책으로 메르스가 홍콩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교통의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급속도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스 학습효과’로 단련된 홍콩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