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범민주파 ‘패배’로 끝난 보궐선거, 원인과 향후 전망
2018-03-21 13:25
지난 11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立法會, 한국 국회에 해당) 보궐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일부 급진 독립파 의원들의 취임 선서 파동으로 상실한 4석 중 2석을 친중(親中) 건제파(建制派)에 빼앗기며 참패를 당했다.
이번에 선거가 실시된 홍콩섬(香港島), 신계동(新界東·뉴테리토리이스트), 구룡서(九龍西·카우룽웨스트) 지역구는 민주파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곳들이다. 범민주파는 수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한 석을 내주게 됐다. 또한, 지난 2016년 선거에서 어렵게 확보했던 건축, 측량, 도시계획 분야 직능대표 1석 역시 친중파에게 돌아갔다.
홍콩섬 지역구는 독립파와 민주파 유력 인사들의 총력 지원 속에 민주파 아우녹힌(區諾軒) 후보가 3% 차로 당선됐으나, 신계 동 지역구에서는 건제파와 무소속 후보가 난립했음에도 민주파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구룡서 지역구에서는 ‘선서 파동’으로 자격이 상실된 민주파 유력 정치인 에드워드 이우(姚松炎) 후보가 건제파 후보와의 접전 끝에 1% 차로 석패했다
자격 상실 의원들에 대한 ‘동정표’ 효과를 기대하며 4곳 모두에서 55~60%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범민주파 진영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민주파가 이번 보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가장 큰 패배 원인은 시민들의 ‘무관심’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43.13%로, 지난 2016년 입법회 의원 선거(58.28%) 때보다 15%나 낮아졌다.
이는 홍콩 정부에 대한 반발로 ‘대안세력’인 민주파와 독립파 의원들이 대거 입법회에 진출했던 지난 2016년 선거와 달리 독립파 진영 지지자들이 자격 상실 사태 이후 실망감과 무력감에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 언론 역시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다. 홍콩 최대의 방송사인 TVB는 이번 선거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한 개도 편성하지 않았으며, 이번 보선에 대한 사전 여론조사를 한 매체 역시 하나도 없었다.
이는 보선 기간이 중국 중앙의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겹치면서 온 언론의 관심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여부’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파 내부의 분열 역시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서 파동’으로 의석을 대거 상실한 독립파가 범민주 단일후보 지원 및 젊은층 투표 독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선거 전략상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민주파 거물을 이기고 ‘깜짝’ 당선된 구룡서 지역구의 빈센트 쳉(鄭泳舜) 당선자는 “(저소득층을 겨냥해) 집값 등 민생 문제에 초점을 맞춰 선거운동을 진행한 것이 당선 요인”이라며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에 반해 에드워드 이우 후보는 지지층인 저소득층 및 민주 성향 지지자들의 표 이탈 및 투표 포기를 단속하지 못했고, 친중 성향이 강한 중산층 표심을 공략하는 것에도 실패했다.
홍콩 입법회는 직선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구 35석과 간선으로 이루어지는 직능대표 35석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대표의 70% 이상이 친중파인 홍콩 입법회의 특성상 민주파는 항상 지역구에서 4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서 간신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1석을 상실함으로써 처음으로 지역구 의석 점유율 40%가 붕괴됐다. 더구나 이번에 패배한 구룡서 지역구는 민주파 후보가 선거에서 한 번도 낙선한 적이 없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민주파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번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를 확고히 굳힌 중국 중앙정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독립파에 대한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 중 유일한 홍콩 출신인 탐이우충(譚耀宗) 위원은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중국 헌법을 조금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향후 선거에서도 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홍콩 정부 역시 이러한 중국 중앙정부의 기조를 충실히 따를 것이 자명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홍콩 정부는 독립파 예비 후보 아그네스 초우(周庭)의 소속 정당인 데모시스토(Demosisto)의 ‘자강주의’ 강령을 문제 삼아 초우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또 ‘선서 파동’ 이후 입법회 의원 입후보자들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후보 등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전에 없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범민주파는 내부 의견차와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역량 결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 선거가 실시된 홍콩섬(香港島), 신계동(新界東·뉴테리토리이스트), 구룡서(九龍西·카우룽웨스트) 지역구는 민주파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곳들이다. 범민주파는 수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한 석을 내주게 됐다. 또한, 지난 2016년 선거에서 어렵게 확보했던 건축, 측량, 도시계획 분야 직능대표 1석 역시 친중파에게 돌아갔다.
홍콩섬 지역구는 독립파와 민주파 유력 인사들의 총력 지원 속에 민주파 아우녹힌(區諾軒) 후보가 3% 차로 당선됐으나, 신계 동 지역구에서는 건제파와 무소속 후보가 난립했음에도 민주파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구룡서 지역구에서는 ‘선서 파동’으로 자격이 상실된 민주파 유력 정치인 에드워드 이우(姚松炎) 후보가 건제파 후보와의 접전 끝에 1% 차로 석패했다
자격 상실 의원들에 대한 ‘동정표’ 효과를 기대하며 4곳 모두에서 55~60%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범민주파 진영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민주파가 이번 보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가장 큰 패배 원인은 시민들의 ‘무관심’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43.13%로, 지난 2016년 입법회 의원 선거(58.28%) 때보다 15%나 낮아졌다.
이는 홍콩 정부에 대한 반발로 ‘대안세력’인 민주파와 독립파 의원들이 대거 입법회에 진출했던 지난 2016년 선거와 달리 독립파 진영 지지자들이 자격 상실 사태 이후 실망감과 무력감에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 언론 역시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다. 홍콩 최대의 방송사인 TVB는 이번 선거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한 개도 편성하지 않았으며, 이번 보선에 대한 사전 여론조사를 한 매체 역시 하나도 없었다.
이는 보선 기간이 중국 중앙의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겹치면서 온 언론의 관심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여부’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파 내부의 분열 역시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서 파동’으로 의석을 대거 상실한 독립파가 범민주 단일후보 지원 및 젊은층 투표 독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선거 전략상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민주파 거물을 이기고 ‘깜짝’ 당선된 구룡서 지역구의 빈센트 쳉(鄭泳舜) 당선자는 “(저소득층을 겨냥해) 집값 등 민생 문제에 초점을 맞춰 선거운동을 진행한 것이 당선 요인”이라며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에 반해 에드워드 이우 후보는 지지층인 저소득층 및 민주 성향 지지자들의 표 이탈 및 투표 포기를 단속하지 못했고, 친중 성향이 강한 중산층 표심을 공략하는 것에도 실패했다.
홍콩 입법회는 직선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구 35석과 간선으로 이루어지는 직능대표 35석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대표의 70% 이상이 친중파인 홍콩 입법회의 특성상 민주파는 항상 지역구에서 4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서 간신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1석을 상실함으로써 처음으로 지역구 의석 점유율 40%가 붕괴됐다. 더구나 이번에 패배한 구룡서 지역구는 민주파 후보가 선거에서 한 번도 낙선한 적이 없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민주파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번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를 확고히 굳힌 중국 중앙정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독립파에 대한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 중 유일한 홍콩 출신인 탐이우충(譚耀宗) 위원은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중국 헌법을 조금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향후 선거에서도 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홍콩 정부 역시 이러한 중국 중앙정부의 기조를 충실히 따를 것이 자명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홍콩 정부는 독립파 예비 후보 아그네스 초우(周庭)의 소속 정당인 데모시스토(Demosisto)의 ‘자강주의’ 강령을 문제 삼아 초우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또 ‘선서 파동’ 이후 입법회 의원 입후보자들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후보 등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전에 없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범민주파는 내부 의견차와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역량 결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