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시위로 최소 3명 사망...美 버지니아 '비상사태' 선포

2017-08-13 15:01
상징적 동상 철거에 반발...차량 돌진 등으로 최소 3명 사망
흑인단체 맞불 시위까지...버지니아주, 피해 확산되자 '비상사태' 선포

지난 1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한 시위 참여자가 걸어오고 있다. [사진=연합/AP]


미국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최소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등 혼란이 심화되자 버지니아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제를 촉구했지만 당분간 인종 갈등을 둘러싼 미국 내 분열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CNN 등 외신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시작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과격 시위 규모가 이날 최대 6000여 명까지 확대된 가운데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승용차 1대가 시위 현장에 돌진해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나면서 1명이 사망했고 시위 안전을 지원하던 경찰 헬기가 추락하면서 경촬관 등 2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최소 3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시위가 샬로츠빌 시 의회가 역내 공원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인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데 항의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남부연합 기념물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뉴올리언스 등 미 남부에서 남부연합 기념물이 잇달아 철거돼 불만을 키웠다.

극단적인 백인 우월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이 이번 시위의 배후로 지적된 가운데 당분간 인종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극우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듀크 전 KKK 대표가 이날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결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이 보도했다.

미국의 다문화·다인종을 거부하는 백인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공화당의 주요 지지자들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잇따라 지지선언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부인해왔지만 극우 세력, 인종차별주의자, 반(反) 유대인 단체 등과의 연계설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들 시위에 맞서 흑인 민권단체 회원들도 현장에 나와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 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폭력사태가 악화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샬러츠빌 버지니아대학은 폭력 사태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학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휴가중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나서 폭력 시위를 자제하라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난 뒤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하고 싶다"며 "애국심과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진 미국인으로서 증오와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폭력시위를 주도한 단체 이름을 특정해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시위를 주도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사태의 책임을 지목하지 않고 '여러 편'(many sides)'을 거론하면서 인종갈등을 부추긴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