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진입 바짝 ..韓.日 무기전쟁 촉발"

2017-08-09 17:36
WP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듯"

[그래픽=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화염과 분노'까지 언급하면서 북한과의 정면 충돌을 경고한 데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보고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보유국 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주변국 무기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북, 핵탄두 소형화 개발 성공"··· 핵보유국 진입하나 

워싱턴포스트(WP)는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는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용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그동안의 관측을 뒤집는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 여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성도의 척도로 꼽혀 왔다. 사거리가 8000㎞에 달하는 미 서부까지 ICBM을 도달하게 하려면 탄두 무게를 500㎏ 이하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인도 등이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4일 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뒤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기존 추정치보다 많은 최대 60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4월 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016년 말 기준 13~30발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한 것보다 2배 많은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구소도 올해 1월 기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10~20발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완전한 상태의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는 데 한 단계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은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개별 국가의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한다는 뜻으로, 국제사회 내 지위가 보장된다. CNN 등이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가 한반도를 둘러싼 역내 지정학적 우려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 "북한 핵무기 개발 속도, 주변국 무기 전쟁 촉발 가능성"

현재까지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는지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ICBM 실전 배치에 필요한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보유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내년 말까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실전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기술 개발 속도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매체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8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17년도 방위백서에서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대한 실현 단계에 이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위협을 높이는 데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기존 예상치보다 빠르다는 점에 있다. ICBM에 탑재가능한 소형화 핵탄두를 개발하는 등 군사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 나오면서 세계 무기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화하는 북한의 군사위협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속도 진전에 따른 군사위협이 주변국을 중심으로 더욱 강력한 무기를 배치하려는, 이른바 '무기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 찬반 여론에도 불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청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전쟁가능 국가가 되기 위한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NYT는 일본에서도 선제 타격 수단 보유 여부에 따른 논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택 가능한 선제타격 수단으로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과 공대지 미사일, 공중급유기 등이 꼽히는 가운데 F-35 전투기와 북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지상 발사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구매 등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과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치적 논쟁'이 될 것"이라며 "수십년간의 전례를 깨는 동시에 미묘한 외교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