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금 오르나 싶더니"…노원구 재건축 아파트 '거래절벽'
2017-08-06 13:15
최근 갭투자 등으로 아파트 매입한 투자자들 '좌불안석'…매수자 우위시장 형성
기대감에 매물 감췄던 집주인들 속속 매물 내놓는 분위기…"가격하락 위기감"
기대감에 매물 감췄던 집주인들 속속 매물 내놓는 분위기…"가격하락 위기감"
“아직까지는 집주인들이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에요. 하지만 최근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빨리 팔고 싶어 해 매수인 우위 시장으로 기울어진 건 사실입니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거래 절벽’이라고 할 만큼 거래가 뚝 끊긴 모습이다.
6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끝자락에 위치한 마들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총 16개 단지, 4만여 가구 규모의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1~7월) 노원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5.19%로 서울 평균(4.40%)을 크게 상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동구(8.73%)와 송파구(7.07%)만이 노원구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권 등에서 주로 소액만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 수요가 크게 유입되면서 가격은 오르고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상계주공 가운데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8단지는 지난해 7월 3억원 수준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47.25㎡가 1년 만인 지난달 기준 4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마들역 주변 N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서울 전역 집값이 들썩여도 잠잠하던 곳이 노원구인데, 이번에 조금 오르나 싶더니 바로 규제가 들어왔다”면서 “당장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았지만, 투자목적으로 최근 아파트를 매입한 집주인들로부터 매도 타이밍을 묻는 전화가 많아 분위기가 곧 꺾일 것 같다”고 말했다.
상계10동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S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상계주공 8단지를 제외하면 아직 재건축 조합이 들어선 곳이 없어 규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가 내리막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로 주목받은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 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의 경우에는 최근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감추고 있던 집주인들이 대책 발표 이후 빠르게 집을 내놓고 있다.
최근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진척과 재개발 추진 소식에 갭투자자 등 투자자들이 주목하면서 지난 한 달 사이 2000만원 이상 가격이 뛰고 매물이 사라져 거래가 뚝 끊기기도 했으나, 이번 부동산 대책에 노원구가 포함되고 전반적인 재건축 분위기가 위축되자 집값 하락 위기감을 느낀 집주인들이 속속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인근 G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에는 매물이 없어서 일이 줄었었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물을 내놓는 전화가 많아 손이 바빠졌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이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거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덕대학교 주변에 자리한 I공인중개업소 직원은 “6개월 전에 갭투자로 매입한 투자자는 불안감이 덜하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들은 가격하락 분위기에 매우 민감해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