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선언문 발표…대의제 민주주의·서민중심경제 담은 '신보수주의'

2017-08-02 10:50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2일 전통적 보수주의의 개념에 '서민중심경제'를 포함한 '신보수주의' 가치를 내건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류석춘 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이은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했다"면서 "혁신위는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 가치의 깃발을 높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밝힌 선언문에는 긍정적 역사관·대의제 민주주의·서민중심경제·글로벌 대한민국 등의 4가지 키워드를 담았다.

특히 혁신위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정의했다.

광장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언급한 것은 촛불집회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이옥남 대변인은 "(촛불집회는) 대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위험성 지적보다는 헌법적인 자유민주질서와 그 가치에 더 충실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관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부정부패와 반칙, 특권을 배격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법치주의에 기초해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선언문에 담겼다. 또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역사관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고 명시됐다. 이밖에 다문화가족과 탈북자 등 소외계층 포용, 대외 개방, 북한의 자유화와 통일의 실현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 마지막 가치인 '글로벌 대한민국'이다.

이날 류 위원장은 "혁신위는 앞으로 혁신, 통합, 수권(授權)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계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혁신위 활동을 둘러싼 그 어떤 압력이나 영향도 배제한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인적 혁신, 인재영입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선언문에서 빠졌다. 이 대변인은 "선언문에는 철학과 가치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그런 부분이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그 부분은) 인적혁신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들 간 이견이 있던 '서민중심경제'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혁신위원직을 사퇴했다.

유 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오늘 오전 8시 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에서 사퇴했다"면서 "제가 평생 지켜온 가치(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가 존중되지 않는 혁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한국당이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적 가치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헌법과 자유한국당 강령.당헌의 기본적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