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혜훈 "'보수의 적'은 양극화...2030세대 주력 재집권 기틀 만들겠다"

2017-07-25 19:00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비전, 이 목표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한 달 전,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혜훈 대표가 밝힌 포부다. 우여곡절 속에서 탄생해 지금도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바른정당이다. 의석 수 20석,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턱걸이로 맞추고 있는 작은 규모의 정당이다. 그런 당에서 이 대표는 '보수 재집권'의 기틀을 닦고 있다.

그런 이 대표를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취임 한 달을 맞은 소회와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의 보수를 '갇혀 있는 보수'라고 칭한 그는 "결국 바른정당에서 보수 집권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신기루' 같았던 수도권 2030세대 잡겠다··· 보수 재집권의 시작은 바른정당"

-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너무 정신이 없다. 소위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을 통칭하는 말)' 업종보다도 더 힘든 것 같다."

- 최근 민심 탐방에 나섰는데 분위기가 궁금하다. 보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대선 때부터 계속 따라다니며 항의하시는 분들이다. 자발적으로 하시는 건지도 분명치 않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대선 때는 '보수가 합해야지 왜 쪼개졌느냐, 다시 (자유한국당에) 돌아가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가니까 '합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고, 그 말도 '(한국당을) 빨리 끌어안아라'였다."

- 자유한국당과 다른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는 뭘까.
"안보관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늘상 종북몰이 하고 빨갱이 딱지 붙이는데, 우리는 절대로 그거 안 한다. 경제정책도 보면,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지 않나. 결국 시장의 작동이 실패해서 양극화를 양산하는데, 우리는 경제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권·반칙·횡포를 부리는 일들을 철저히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실제로 그런 정책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런데 저 사람들(한국당)은 오히려 그들을 비호하고 대변해서 양극화를 양산해내는 주범이지 않나."

- 양극화에 대한 해소 의지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비되는 것인가.
"양극화라는 것은 보수가 지키려는 공동체를 허물어뜨리는, 이른바 오두막을 허무는 두더지 같은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저 사람들(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라 보수의 적이다. 보수가 지키려는 걸 와해시키려는 분들이니까. 정치하는 방식도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하는데, 우리는 '협력할 건 협력한다'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도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대안도 제시했고, 우리 정체성과 맞는 대안이 나와서 과감히 협력했다."

-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만 봐도 한국당과 차이가 있다.
"이건 잘못된 합의이기 때문에 반드시 재협상해야 하는데, 일본이 먼저 파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정당한 재협상의 명분이 있다.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 비즈니스였다 이런 망발을 일본 자민당 의원 등이 했는데,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거니까 먼저 합의를 부정하고 깬 거다."

마침 이날 이 대표는 인터뷰 직후 노환으로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군자 할머니(91)의 빈소 조문을 가기로 돼 있었다. 이 대표는 "사실 광주 시설에 계셨던 김 할머니를 만나뵙고 온 게 대선 때인 두 달 전"이라며 "그때도 몸이 안 좋으셔서 거의 말씀도 잘 못하셨는데,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보수 재집권에 대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듣고 싶다.
"자유한국당으로 보수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한 줌도 안 되는 태극기 세력을 추종하고 혁신방향으로 설정하는데, 어떻게 집권하겠나. 보수당 대통령의 실패 때문에 '샤이 보수'가 많아졌지만, 결국 대선 등 냉철한 선택의 시점은 온다. 과거 보수는 6070세대가 주력이었기 때문에 외연 확장의 한계가 있었다. 수도권 내 세 확장도 어려웠고, 2030 젊은 세대의 지지층도 확장하기 어려운 '갇혀 있는 보수'였다. 그런데 바른정당은 대선을 거치면서 당원 분포도를 보면 수도권, 2030세대가 주력이 됐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보수라면 결국 우리에게 오지 않겠나. 그간 잡고 싶어도 잡지 못했던 이 신기루 같은 '노다지', 2030세대를 모셔온 거니까 결국 보수의 집권 가능성은 우리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 바른정당의 정치실험,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는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공천을 하려고 한다. 조직이 사느냐 죽느냐는 것은 어떤 사람을 충원하느냐인데, 그 충원의 통로가 공천이다. 그러나 공천이 망사(亡事)여서 조직이 무너지는 걸 직접 봤다. 늘 사천을 하고 반발할 시간을 안 주려고 후보 등록 직전에 처리하지 않았나. 우리는 우선 몇 달 앞서 일찍 공천을 할 것이다. 또 정치 신인들, 젊은 사람들을 대거 배치할 예정이다."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文 대통령, 증세 기조·책임내각 등에서 약속 어겨··· 사과해야"

- 문재인 정부 얘길 좀 해보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카드를 꺼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일단 문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 두 가지 면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일단 공약 재원을 국민들에게 엉터리로 얘기한 점이다. 5년간 178조원이 든다는데, 국가기관인 예산정책처는 328조원이라고 한다. 너무 차이가 크지 않나. 두번째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첫날, 178조원의 재원 조달 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출 절감 46.4%, 세입 확충 53.6%였지 증세는 없었는데 하루 만에 기조를 바꿨다. '최후의 수단'이라더니 취임하자마자 증세부터 꺼내든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나. 여당 대표, 여당 출신 장관들을 동원해 건의케 하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마지못해 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략이다."

- 대통령의 사과 외에 증세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이는 국민적 반감을 이용해서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서 집중 부과하는 핀셋 증세다. 이런 식으로 재원을 조달해도 178조원의 10분의1도 안 된다. 우리 사회를 99대1로 나누지 말고 전반적으로 얼마나 돈이 들며,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할 건지 전반적인 세제개편안을 먼저 밝히라는 거다. 그렇다면 바른정당도 적극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 결국 '증세는 없다'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체면을 구겼는데.
"좀 안 됐다. 그걸 보면서 이 정부도 공식 라인을 통하는 게 아니라 비선 라인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한 거니까 물론 비선은 아니지만 공식라인인 부총리가 이렇게 배제되면 안 된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도 청와대가 내각을 통할하는 정치는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 약속도 어기신 거다. 결국 본인이 책임내각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소신과 철학,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부분이라 본다. 부총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공무원들 누가 말을 듣겠나. 기획재정부 자체를 초토화시킨 거다."

-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 분들은 경제를 오랫동안 다뤄왔고 전문성이 있으며, 특별히 치우치지 않은 사람들로 보여진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김현미 장관)와 노동부(김영주 장관 후보자)는 다소 걱정이다. 경제부처 안에 청군과 백군이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생각도, 지향하는 바도 다르고 경제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른 두 그룹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영수회담을 통해 본 문 대통령은 어땠나.
"(야당의 말을) 들으시는 것 같긴 하다. 좀 열려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주고받고가 되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거다. 이해 다음 단계는 수용·실행인데, 그건 대통령보다도 주변의 소위 '인의 장막'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얼마나 수용이 될지 미지수지만, 일단은 대통령과 소통이 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