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줄여 투자 늘리는 日 거꾸로 가는 韓
2017-07-24 17:35
우리나라 상장기업이 신규투자와 배당성향에서 일본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일본은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물론 배당만 보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반길 일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신규투자나 고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체 배당금 가운데 40% 이상을 챙기는 쪽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외국인 주주다.
배당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타로 치고 빠지는 외국인만 배 불릴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망가지고 장기 투자자도 피해를 본다는 거다.
◆日 성장 위한 투자로 선회
24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은 상반기 자사주 매입액을 전년 동기 대비 약 48% 줄였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마찬가지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순이익 가운데 얼마나 배당했는지 보여주는 배당성향도 나란히 낮아졌다. 닛케이신문을 보면 일본 상장기업 배당성향은 올해 33%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즈키 히로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가 자사주 매입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투자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일본 국책은행인 정책투자은행이 3000개 주요기업(자본금 10억엔 이상)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모든 산업에서 설비투자가 평균 10.9% 증가했다. 제조업이 14.5%, 비제조업도 8.8% 늘었다.
반면 국내 상장사는 자사주를 더 사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2015년 이후 연평균 7조원 안팎을 자사주를 매수하는 데 썼다. 이에 비해 2014년까지 7년 동안에는 연 평균액이 4조원 남짓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 그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이다.
배당성향도 마찬가지다. 국내 상장기업 배당성향은 2016년 34.4%로 5년 연속 상승했다.
코스피 상장사가 외국인에게 준 배당금은 2016년 8조7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 늘었다. 전체 배당금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다.
◆우리도 투자·성장 선순환해야
배당에 힘쓰느라 새로운 투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자기자본 대비 신규시설투자액이 2016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64.1% 감소했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만 보면 73% 가까이 줄었다.
인수·합병(M&A)도 뒷걸음질쳤다. 전체 상장사가 타법인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은 2016년 17조9147억원으로 1%가량 감소했다.
투자를 늘리지 않으니 고용도 줄어든다. 20대 재벌만 보면 전체 고용인력이 2016년 122만3422명으로 1년 만에 1만7000명 가까이 내보냈다.
정부가 배당확대를 밀어붙이면서 간과했던 부작용이다. 새 정부가 추경을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힘쓰고 있지만 기업에서 못 나서면 뾰족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기업이 순이익 대비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잔치에 쏟아붓는데 어떻게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