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세론]부자증세,​ 내수영향 없다…초상위계층에 '국한'

2017-07-23 18:33
대기업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질 듯…고용도 늘여야 하는 상황

[김효곤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 방침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 단계에서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증세는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라, 내수 타격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증세는 사회적 합의나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강행됐고, 우회적인 방법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정치‧경제적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23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과세표준 최고구간 2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25%의 법인세율을, 소득 5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42%의 세율을 매기는 방안이 확실시된다.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으로 ‘부자 증세’를 본격 추진하되 서민‧중산층의 부담은 늘리지 않기로 했다.

어느 계층이든 세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나면 역효과가 생긴다. 법인세(재계)는 투자‧고용 위축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나 소비세(부가가치세)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증세는 초상위계층에 국한된 만큼, 내수부문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계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비과세‧감면에 명목세율 인상이 겹쳐 세 부담이 늘었다. 특히 새 정부의 일자리 기조에 발맞춰 고용까지 늘려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재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지만, 투자 위축 등이 경기흐름을 뒤엎을 만큼 폭발력을 지녔다는 데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시각도 있다.

보편증세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조세저항이 예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린 연말정산 파동을 겪을 때 소비가 주춤했던 적은 있다.

당시 3월 소비심리(101)는 전년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심리가 위축된 5월(104)보다 낮았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중위권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이 늘어 ‘심리적인’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은 후퇴했다.

새 정부가 서민증세와 관련된 경유값 등의 사안은 황급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 시 ‘세금폭탄’ 프레임에 발목이 잡힌 경험도 있다.

이 모두는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권 차원에서 ‘필요성’에 의해 결정됐기에 조세저항이라는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사례다.

새 정부는 이에 보편증세와 거리를 둠과 동시에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최우선으로 배치했다. 조세‧재정 특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또 가장 먼저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증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 경제학자는 “이전에는 증세가 없다고 말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간접적인 서민증세를 한 경우가 많아 사회적 분위기가 ‘반증세’ 경향을 보였고, 조세저항이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먼저 재원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공론화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은 뒤 추진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이런 순서를 잘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