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 미국 달러 가치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작년 8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인 트럼프케어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이 미국의 친성장 정책 기대감에 찬물을 뿌리면서 달러 약세에 가속이 붙는 모양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에서 트럼프케어를 반대하는 이탈표가 추가되면서 상원 법안 표결에서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여소야대의 유리한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반 강력히 추진하던 트럼프케어가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앞다퉈 달러 매도에 나섰다. 앞으로 감세, 재정 부양책 등과 같은 친성장 정책 어젠다가 줄줄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9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18일 0.5% 떨어졌다. 작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자 올해 들어서 7%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날 유로·달러 역시 장중 0.9% 치솟으면서 1.1583달러까지 올랐다. 2016년 5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엔은 111.80엔까지 떨어졌다.

외신들은 최근 달러를 압박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표류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미약한 물가상승률을 언급한 데다 소매판매 등 미국의 경제 지표들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47%로 반영하고 있다.

장기간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던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긴축 전환을 시사하는 것 또한 달러에 악재라는 분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키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통화정책 긴축에 나서는 것은 연준만이 아니다"라면서 달러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통화부양책 5년 만에 처음으로 긴축 전환을 시사해 유로 강세에 불을 댕겼다. 호주 중앙은행은 적정 금리를 현행 1.5%보다 높은 3.5%로 제시하면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달러화 약세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 전망에 뉴욕 금가격은 상승했다. 1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가격은 전일보다 온스당 8.20달러(0.7%) 상승한 1241.90달러에 마감됐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20일에는 ECB와 일본은행이 각각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새롭게 긴축 신호가 나올지 국제금융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두 중앙은행 모두 금리 동결과 양적완화 지속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