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장님의 '운전기사 갑질'을 근절하는 자본주의적 방법
2017-07-18 13:23
- 소비를 줄이려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감당못할 수준의 형벌이 답
김창익 기자 = 가격은 시장경제 내에서는 전지전능한 조정자다. 심지어 성숙한 시민의식까지도 가격으로 통제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 운전시 적신호를 위반하면 400달러 가까운 벌금을 낸다. 우리돈으로 45만원 가량이다. 신호를 위반해도 된다는 저급한 시민의식의 가격이 우리보다 열배 가량 비싼 셈이다. 미국에서 저급한 시민의식이 우리보다 덜 소비되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 러시아워 도로위에서 앰뷸런스가 지나갈 때 모세의 기적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징벌적 벌금 시스템 때문이다.
최근 운전기사에 대한 회장의 갑질이 다시 화제다. 자기차를 모는 기사를 마치 봉건시대 노예 다루듯이 한 육성 녹음이 언론을 타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그리 놀랍지 않은 건 이같은 갑질 뉴스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수차례 비슷한 사건들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벌금은 금지된 것을 행하는 권리의 값이다. 금연구역이란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피는 건 만약의 경우 벌금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암묵적 의사 표현인 셈이다. 일그러진 특권에 대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공급을 한정하는 것이다.
일단 사법당국이 벌금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올리는 방법이 있다. 운전기사 갑질같은 저급한 시민의식이 더 이상 소비되지 못하도록 하려면 금연구역 흡연에 부과하는 벌금처럼 계도적인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갑질을 한 회장님의 수가 많을수록 일단 쿠퐁의 가격은 올라간다. 쿠퐁의 가격은 갑질 회장님이 ‘차라리 징역을 살고 말지’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쿠퐁 시세가 300억원 수준에서 정해져 있다면 이를 감내할 수 없는 피라미 회장님들은 갑질을 자제할 수 밖에 없다.
쿠퐁과 연동된 징역 형량을 올리면 쿠퐁의 가격을 추가로 더 올릴 수 있다. 300억원을 주고 갑질을 소비할 재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데 반대로 가격이 올라야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 대상인 명품, 즉 배블렌재가 그렇다. 벤츠 S600을 사는 이유를 ‘가장 비싸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실제로 적지 않다.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하면서 300억원 벌금쯤 껌값으로 낼 수 있는 재벌이란 점을 과시하려는 ‘미친*’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배블렌 효과가 발표될 당시 정통 경제학자들의 눈에 과시적 소비 주체인 유한계급은 '미친*'이었다. 한가지 희망은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