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통폐합 씨티은행, 부자고객만 상대 '꼼수영업'?

2017-07-11 19:00

한국씨티은행 도곡센터 내부 전경 [사진=씨티은행 제공]


안선영 기자 = 비대면 거래가 증가해 점포를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는 씨티은행의 진짜 속내가 드러났다. 가난한 고객은 버리고 부자들만 상대하겠다는 '꼼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 확대를 위한 혁신전략이라는 점을 폐점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10억원 이상 자산가들만 상대하는 영업점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며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0일 강남지역 VVIP 고객 타겟의 자산관리서비스 영업점인 도곡센터를 개점했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근처에 위치한 도곡센터는 씨티은행 자산관리 센터 중 가장 많은 수의 고객 상담실(26개)을 마련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군(CPC 고객), 2억~10억원 자산가군(씨티골드) 등 각 자산 규모별로 상담 공간이 마련됐다.

도곡센터 외에도 씨티은행은 반포, 청담, 서울센터 등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WM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분당센터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조만간 새로 개점할 계획이다.

브렌단 카니 소비자금융 그룹장은 "씨티은행은 팀기반 WM서비스 제공을 통해 2017년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투자상품 판매가 23% 증가했고, 작년 6월 대비 WM고객군별로 5~8%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VVIP 고객 점유율을 더욱 높여 오는 2020년까지 자산관리서비스에서 CPC 및 씨티골드 고객 50% 및 투자자산 규모 100%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행보는 모바일 혁신보다 고객을 걸러내기 위한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돈 안되는 고객과는 거래를 끊고 우량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인력과 비용은 절감하고 수익은 극대화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제재에 나섰다. 씨티은행의 건전성 지표와 고객 피해 여부 등을 일별로 살펴보고 고객 피해 정도가 크다고 판단되면 현장점검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은행이 폐쇄 일로부터 2개월 전과 1개월 전에 폐쇄 점포 이용 고객에게 각각 1회 이상 문자메시지나 유선전화 등으로 통지하게 했다. 은행 홈페이지와 점포 안내문 등을 통해 점포 폐쇄 시점 및 폐쇄 사유, 대체 가능한 인근 점포의 위치 등을 안내해야 한다.

한편, 씨티은행 노사는 11일 점포폐쇄 대상을 애초 101개에서 90개로 축소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사측은 점포 101개 가운데 제주·경남·울산·충북 지역 등에 11개를 유지하게 된다.

씨티은행은 앞서 지난 7일 서울 올림픽훼미리지점·역삼동지점·CPC강남센터·과학기술회관 출장소, 경기 구리지점 등 5개 점포를 폐점했으며 7월에만 총 35개점을 닫을 계획이다.

* 디마케팅 - 고객을 많이 유치하기보다는 상품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우량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 이를 통해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다. 금융사가 거래실적이 별로 없는 휴면계좌를 정리하거나 채무 규모가 적정 수준을 넘은 고객의 거래 및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마케팅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