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행장 겸직 분리 본격화 하나?

2017-07-10 19:00

[사진=KB금융지주 제공]


안선영 기자 =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시스템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이사회 의장의 권한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견제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만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 겸 행장을 견제하는 게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독단 경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윤 회장은 실적 확대와 함께 'KB사태'로 분열됐던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장직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동시에 윤 회장을 도울 차기 은행장으로 5~6명의 유력 후보군도 내부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홍 경영지원그룹 이사 부행장이다. 이 부행장은 기업금융과 영업그룹,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 수익을 내는 주무부서를 맡아왔다. 임원 중 유일하게 윤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윤 회장 지근거리에서 손발을 맞춰온 인물로 꼽힌다. 이 밖에 내부 인물로는 허인 영업그룹 부행장과 허정수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이, 계열사에서는 박지우 KB캐피탈 대표와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KB가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려는 데는 안정적인 승계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KB사태 이후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됐고 은행도 재정비됐다는 게 내부의 판단이다.

 

(왼쪽부터)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겸 광주은행장[사진=각 사 제공]


BNK금융지주 역시 회장과 행장직 분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성세환 회장이 주가 시세 조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것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회장과 행장직을 겸하고 있어 성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그룹 전체 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BNK금융은 13일께 임시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잇달아 개최하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 이 때 회장·행장 분리안을 포함해 후임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면 부산은행의 경영 공백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경영 승계 절차 개시 이후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회장은 빨라도 9월은 돼야 선출된다. 행장 선출 작업은 회장이 결정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다.

KB금융과 BNK금융의 회장·은행장 직위가 분리되면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의 분리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대구은행장과 광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행장까지 겸직하면 후임 인선과 지배구조 개편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며 "경영실태평가 등을 실시해 지주사의 지배구조와 회장·행장 간 역할 조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