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가전 '가성비'로 韓시장 노크
2017-07-04 20:14
아주경제 류태웅·윤정훈·김지윤 기자= 한국으로 몰려드는 중국기업의 영업·마케팅 전략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저기술·저가 제품에 그쳤지만 현재는 기술력까지 갖췄다. 첨단 산업으로 발전 중인 상용차 제품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산 드론과 모빌리티 같은 첨단 제품의 경우에는 가격이 해외 경쟁사 대비 절반 또는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5000만원의 인건비만 제공하면 양산 가능한 전기 자전거를 한두 달 만에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수출 제품도 보조배터리, 냉장고 등 단순 가전제품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여기에 강화된 AS정책을 더해 공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몰려오는 중국 1등 업체
지난달 29일 중국 1위 청소기업체 에코백스의 데이비드 첸 해외사업 총괄사장 겸 최고혁신경영자(CIO)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 진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에코백스는 자율주행 로봇청소기 '디봇 R95', '디봇 M86'과 유리창 청소 로봇 '윈봇 950'을 공개하며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에코백스와 같은 중국 1등, 글로벌 톱 기술력의 기업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중국가전업체는 샤오미(스마트폰·가전), 화웨이(스마트폰), 레노버(노트북), TCL(TV), 하이얼(냉장고), DJI(드론) 등이 한국 시장에서 품질과 서비스로 정면 승부하고 있다.
보조배터리 성공으로 중국산 제품의 이미지 쇄신을 주도한 샤오미는 올해부터 스마트폰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하반기 중에는 저가형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2013년부터 LG유플러스 LTE 무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등 통신장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 P9, H폰 등을 출시했고, 최신형 기종인 P10의 한국시장 출시를 계획 중이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 IT학과 교수는 "모바일폰은 생산기술이 평준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기술 수준이 비슷해졌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샤오미 스마트폰이 중저가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1위 드론 제작업체 DJI는 이미 국내 취미·촬영용 드론 시장을 싹쓸이했다. 하반기에는 교량, 건물 등 산업용 드론 M200 시리즈를 출시하고 공공·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DJI는 선진화된 모바일 환경과 콘텐츠 제작 시장이 발달해 있는 한국시장을 아시아 판매 시장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DJI나 화웨이는 기술력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기업"이라며 "동일한 성능대의 제품을 가격을 낮춰 들어오는 것 자체가 중국업체가 가진 기술력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두드리는 중국車
4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1000cc 초과 1500cc 이하급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지난 2013년 말 4억5310만원에서 올해 들어 5월까지 38억8815만원으로 증가했다. 1500cc급 엔진을 단 켄보가 출시하면서 수입금액이 늘어났다.
중국 베이치인샹(북기은상) 유한공사의 국내 독점 수입사인 중한자동차는 상반기 중형 SUV '켄보 600'을 출시하고, 국내 SUV 시장에 진출했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가 아닌 중국산 승용차가 국내에 수입된 것은 '켄보 600'이 최초다. 중한차는 하반기에 켄보 600에 이어 소형 SUV급의 '켄보 300'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는 한국 공식 딜러 이지웰페어를 통해 국내에 저상전기버스 'e버스-12' 판매를 하반기 시작한다.
BYD 관계자는 "e버스-12의 배터리는 미국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통과하며 안전성을 입증했고, 1회 충전 410㎞의 국내 최장 주행거리를 보유, 경쟁업체 평균인 150~200㎞를 2배 이상 앞선다”며 “올해 말 15인승 전기버스 20대를 제주도 우도에 공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중국 둥펑모터스의 국내 총판 디에프코리아는 이달 내 7인승 SUV 'SX6'를 판매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안전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중국산 업체가 위협할 수준이 안 된다"며 "몇 년 뒤에 중국 내수시장이 포화되고 중국 합작회사가 만든 중국산 BMW, 폭스바겐이 들어오면 그건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