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항공·호텔 사업 시너지로 재기 발판 마련

2017-06-25 15:30
10억 달러 투자 美 L.A.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
델타항공과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협정 체결
韓 랜드마크 송현동 복합문화센터 '마지막 숙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L.A.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식에서 초석(Corner Stone)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사진=한진그룹 제공]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했다.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73층 규모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과 함께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 협정 체결을 위해서였다.

조 회장은 40여년 전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 석사를 전공하며 제 2고향으로 삼았던 LA에 글로벌 항공사의 최고경영자로서 결실을 맺기 위해 방문하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

한진그룹이 미국 호텔사업에 뛰어 든 것은 그룹의 주요 사업인 항공운송업을 위해서였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1952년 개관한 스테틀러 호텔을 1989년 인수해 1999년 윌셔 그랜드 호텔로 탄생시켰다.

조 회장은 “당시 LA 경제는 침체기로 모든 사람이 윌셔 그랜드 호텔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 동안 윌셔 그랜드 호텔을 4성급 이상으로 변모시키려고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뚜렷한 성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역발상으로 경기 침체기인 당시가 바로 개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윌셔 그랜드 호텔을 한국의 상징이자 대한항공의 상징으로 키우고 싶다”고 인수를 결정했던 초심을 되새겼다.

대한항공은 윌셔 그랜드 호텔 재건축을 위해 2008년부터 계획을 세워 2014년 2월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했다. 자금만 10억 달러 이상 투입된 윌셔 그랜드 센터는 335m 높이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LA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동시에 랜드마크의 탄생을 알렸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공사 기간 동안 1만1000여개 일자리 및 8000만 달러의 세수 효과를 유발했다”며 “개관 이후에는 17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LA시에 매년 1600만 달러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진그룹의 투자에 LA시도 화답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 완공 후 25년간 숙박료의 14% 상당을 부과하는 숙박세(TOT)를 면제했다. 한진그룹은 6000만 달러 이상 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

조 회장이 항공과 호텔사업에서 지속적인 투자로 재기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와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며 “올해는 그룹의 지속가능한 이익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식,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협정 체결식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국기업의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알림과 동시에 양국 정부로부터 조인트 벤처 승인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한 회사처럼 공동영업을 통해 미주 내 250여개 도시와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를 연결한다.

LA의 랜드마크를 만든 조 회장의 마지막 숙제는 한국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일이다. '한옥호텔'을 꿈꿨던 송현동 부지에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자랑스럽게 소개해주는 '문화복합센터' 건설을 꿈꾸고 있다. 조 회장은 “윌셔 그랜드 센터를 지을 때 LA시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한국은 이해도가 좀 다른 듯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꿈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