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핫피플]​ 진리췬 AIIB 총재 "남북철도 연결, 필요하다면 총회서 결정할 사항"

2017-06-22 11:00

지난 16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진행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의 주인공은 단연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였다. 

진 총재는 미국·일본 주도의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설립된 다자간개발은행 AIIB의 초대 총재다. 2015년 8월에 지명된 그는 1949년 장쑤(江蘇)성 창수(常熟)에서 태어나 베이징(北京)외국어학원을 졸업하고 19년간 중국 재정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초기부터 겪어낸 세대로, 수준 높은 학술적 측면의 국제사무를 연구한 1세대 중 한명이다. 영어에도 능통한 진 총재는 중국의 니즈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경제학, 재정학 전문가로 많은 저서를 남긴 그는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당시 재정부에서 금융부실 관리 업무를 맡아 중국 금융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폭탄제거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AIIB 이전까지는 재정부 부부장(차관급),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 감사장,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CICC) 회장, 아시아개발은행(ADB)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7~18일 열린 연차총회에서 그는 "기초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각 회원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남북철도 등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인터넷 매체 국제재선(國際在線·CRI)은 진 총재가 "회원국 각국은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80개의 회원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AIIB가 개발도상국들에 경제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AIIB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일대일로 전략과 AIIB는 모두 중국 정부의 제의에서 출발했지만, 다자간개발은행(MDB)인 AIIB의 특정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도 모드 AIIB로부터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이 재무적으로 타당해야 하고,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며 지역주민이 환영하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진 총재는 AIIB의 차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에서 기회가 생기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도 고려할 것이라면서 "연내 3개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에 남북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약 비회원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 그 필요성은 총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설립 협정문에 따르면 AIIB는 회원국에 투자하게 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연차총회 개막 축사에서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진 총재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남북철도 연결 구상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진 총재는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서 연설을 통해 AIIB의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연차총회에는 중국·인도 재무장관 등 77개 AIIB 회원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 국내외 금융·기업 인사 등이 참석했다. 연차총회 기간 도중 AIIB 이사회에서 아르헨티나, 마다가스카르, 통가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승인해 AIIB 회원국은 77개국에서 80개국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