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한미정상회담 등 과제 산적
2017-06-18 17:15
아울러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윤영관 전 장관이 임명된 이후 약 14년만에 비(非) 외무고시 출신 인사가 외교 수장직에 발탁된 것이기도 하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이 외교부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외교사령탑에 오른 강 장관 앞에는 북한·북핵 대응, 일본군 위안부 문제, 주변 4국 외교 등 쉽지 않은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29∼30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 준비다.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외교 당국 간 사전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 장관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은 받은 직후 곧바로 외교부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이고 준비가 시급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보고를 받고 준비 과정을 철저히 챙기기 위해 오늘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는 "임명이 되면 그 즉시 미국 방문을 추진해보겠다"고 밝혀 조만간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위한 강 장관의 방미도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동북아 상황을 두고 한미간 협조할 부분이 확대된 상황에서 한미간 동맹을 재확인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미 정상간 첫 만남이 될 이번 정상회담의 향방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와 한미 간 북한·북핵 대응 기조를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이다.
대북제재와 함께 대화도 병행하려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상대방인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국과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 대통령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한국 내 전략무기 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국과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파열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22)의 사태도 변수다. 미국 여론은 웜비어의 ‘혼수상태 귀국’에 분노하며 북한여행 금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북미 관계 뿐 아니라 한미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또 강 장관이 다자외교 전문가이지만, 북한·북핵 대응 관련해 직접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어 정부 내 북한·북핵 문제 논의에서 외교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 여성으로서 유엔기구의 최고위직에 진출했던 강 장관이 그동안 인권·인도주의 전문가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온 만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위안부합의가 나왔을 때 의아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합의 일부 문구는) 군사적 합의에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 "피해자 관점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등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강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정부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19일 강 신임 장관의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