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브렉시트 연이은 악재에 흔들리는 메이…"화재 희생자 70명 달할 수도"
2017-06-18 13:28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메이 총리는 브레시트를 둘러싼 당내 논쟁으로도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 늘어나는 화재 희생자…메이 "초기 대응 미흡한 것 인정"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런던 그렌펠 타워의 희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총 5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경찰의 말을 인용해 BBC 방송은 이날 보도했다. 앞으로 희생자의 수는 총 7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화재현장 복구는 수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런던 경찰 당국은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사건으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17일 피해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는 한편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건 발생 뒤 초기에 가족들에 대한 도움과 기본적 정보지원이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500만파운드(약 75억원)의 긴급 구호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는 피해 주민들이 옷과 식품, 생필품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잃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주택 마련을 위한 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그렌펠 타워 화재 피해 주민들, 자원 봉사자, 지역사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사건 대응 대표단은 이날 총리 관저를 찾아 메이 총리에게 요구 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16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첼시 구청 앞에 모여 화재관련 진상규명을 욕했다. 메이 총리가 방문하는 켄싱턴 북부 클레멘트 제임스 센터에서도 시민들은 시위에 나서면서 메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화재 진상 규명절차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신문은 런던 소방서가 공식적으로 그린펠 화재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기까지는 몇년이나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원인 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 일부 보수당 "하드브렉시트 포기하면 총리 사퇴 요구"
화재로 인해 정치적인 위기에 몰린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문제도 큰 부담이 됐다. 오는 19일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영국 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강경파 의원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하드 브렉시트 전략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보수당 내에서 강력하게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하드브렉시트 전략에서 노선을 변경할 경우 경우 당내 반발로 총리직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조기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뒤 메이 총리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이같은 메이 총리의 노선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