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상조 유탄에 ‘강경화·김이수’ 고차방정식…추경 초비상 속 文대통령 선택은

2017-06-14 17:06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면 돌파냐, 김상조 강행의 유탄이냐.”

6월 정국이 분수령을 맞았다. 대치와 협치의 갈림길에 선 6월 임시국회의 갈등 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처리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권의 반발에도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총력전으로 건 1차 빗장을 무력화한 셈이다.

2차 빗장은 야권이 낙마 1순위로 거론한 강 후보자다. 지난달 26일 제출된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14일로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20일 이내 청문 절차 요건을 갖췄다. 문 대통령이 특정 기간을 지정, 재송부를 요청한 뒤에도 국회 응답이 없으면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재송부 시한은 5일이었다. 국회 인준 대상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난제다.

6월 정국이 꽉 막히면서 문 대통령의 1순위 정책인 11조원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초비상에 빠졌다. 청와대는 “인사와 추경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범야권은 ‘추경 반대’를 외치며 청와대 압박 작전에 돌입했다. ‘김상조 유탄’에 강경화·김이수 후보자 임명 문제가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은 일자리 정책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黨靑, 김이수 버리고 강경화 구하나

여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경화·김이수’ 고차방정식의 시나리오는 △강경화 임명 강행·김이수 표결 불사 △강경화 속도조절 △강경화·김이수 빅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등 정책 연계전략 등 네 개의 시나리오에 따라 정국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강경화 임명 강행-김이수 표결 불사’다. 핵심은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 실패를 감안한 ‘강경화 구하기’다. 애초부터 당·청 기류는 ‘강 후보자에 대한 철회는 없다’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후보자와 관련해 “보수·진보 측 모두 적임자로 인정한 인사를 임명하지 못하면 국회는 안보를 내팽개쳤다는 오명을 쓸 것”이라며 비호에 나섰다.

이에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있다”,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땐 강한 야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여권 내부에서는 헌법재판소장 인준에 발목을 잡히면 안 된다는 기류도 적지 않다. 김 후보자를 버리는 카드로 쓰더라도 강 후보자 임명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소장이 아니더라도 헌법재판관 신분 유지가 가능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강 후보자는 임명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장은 당분간 대행 체제로 가면 된다. 이제 김 후보자 인준 여부는 정국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6월 정국이 분수령을 맞았다. 대치와 협치의 갈림길에 선 6월 임시국회의 갈등 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처리 문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상조 후폭풍에 정국 요동…추경까지 불투명

변수는 ‘김상조 강행 후폭풍’이다. 야권 내부에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이어 강 후보자마저 임명을 강행한다면, 가뜩이나 존재감 없는 야당의 정국 주도권은 바닥을 칠 것이란 위기감이 적지 않다.

한국당 등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카드를 꺼낸다면, 청와대가 ‘강경화 임명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가능성은 작다. 여권 한 의원도 “국회 인준 대상도 아니지 않나”라고 임명 강행에 무게를 실었다.

후보 간 빅딜의 문도 열려있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를 포기하는 대신 국회가 김 후보자 인준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등 야권 일각에서 거론한 빅딜안이었다.

문 대통령의 추가 인선인 안경환 법무부 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도 음주운전 논란에 휩싸인 만큼, 빅딜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실익이 적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인선과 정책의 연계다. 추경이 핵심이다. 야권이 추경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면, 문 대통령이 추경 통과를 위해 일부 인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차 교수는 “역대 추경이 모두 통과했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며 “참모진들이 대통령의 일자리 철학에 얼마나 고민하는지 의문인 지점”이라고 전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