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정국 속 야당의 딜레마…국민의당 "강경화 '부적격'"

2017-06-08 18:30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장은영 수습기자 = 역대 정부의 첫 인사는 늘 잡음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기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야당이 거센 견제에 들어가는 탓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도 같은 맥락에서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다만 여소야대, 다당제 구조 속에서 야당 역시 고민이 깊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상반된 여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헤맸고, 한국당은 '강공모드'로 일관하고 있으나 다소 전투력이 아쉽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8일 의원총회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인사청문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되,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채택 거부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세금탈루 거짓해명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고, 이를 만회할만한 업무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면서 "외교부 개혁과 4강 외교 등에 대한 비전 제시도 매우 초보적이고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보자 부인의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검찰 고발을 민주당이 수용하면,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다는 조건부 협조 의사를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로 했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대승적 차원'이라며 찬성표를 던져 인준안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총리 때와 달리 강 후보자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더 중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들어 국민의당을 '여당의 2중대', '사쿠라(변절자) 정당'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호남 지역의 여론을 의식해 호남 출신의 총리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냈다.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반대로 일관하다 자칫 '텃밭'을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 같은 비판이 잦아들 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은 여전히 '논의'라는 이름으로 결정을 유보 중이다. 김상조 후보자 등에 대해 조건부 협조를 내건 것도 여론을 살피며 가겠다는 신중한 태도로 읽힌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후보자들의 지명철회 및 자진 사퇴를 꾸준히 요구하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 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지자에겐 쇼(SHOW)통, 비판 여론에는 먹통, 야당에는 불통인 3통 정권"이라며 "김이수·강경화·김상조 후보자는 부적격 3종 세트"라고 비꼬았다. 

한국당의 강경한 입장엔 정권 초기,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실제 청문회장에서의 '검증'이나 현안 대응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은 아직도 여당 의식에 젖어있는 듯하다, 야당으로서의 강한 견제와 감시 능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고민이 깊다. 한국당과의 차별화, 야당의 선명성 사이에서 스탠스가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이 총리 인준과정에서 바른정당은 반대 입장을 정했지만 사실상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