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다방’ 설계사 급증 … 불법 승환계약 속출에 고객관리도 엉망
2017-06-07 18:00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보험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담당 설계사가 없는 '미아 고객'이 발생하면서 불법 승환계약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 설계사 정착률은 매년 오르는 추세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곧바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명보험사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2014년 34.2%, 2015년 37.0%에 오른 뒤 지난해 40%를 약간 웃돌았다. 손해보험사는 49.6%다. 설계사들의 정착률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이는 고용 안정보다는 비대면 채널 확대로 전체 설계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설계사 정착률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독립법인대리점(GA)의 활성화다.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GA는 높은 수수수료를 제시하며 보험회사의 전속 설계사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철새처럼 이동하는 속칭 '떳다방'이 생겨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동하는 설계사부터, 특정 설계사 조직이 단체로 움직이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보험사 설계사를 매년 감소하는 반면, GA 설계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2만4327명에서 15만3981명으로 23.9% 증가했다.
문제는 '떳다방' 증가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 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계약 해지율이 크게 늘었다. 소속 보험사를 옮기는 설계사들이 수익을 챙기기 위해 과도한 계약 체결에 나서거나, 이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생보사의 1년 계약 유지율은 82.8였다. 20% 가량의 소비자들이 1년도 안돼 계약을 해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해약금만 납부한다는 의미다.
또한 미아 고객 증가로 고객 관리가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미아 계약이란 설계사 채널로 보험에 가입했지만, 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면서 담당자가 사라진 보험을 일컫는다. 새로운 담당 설계사가 배정되면서 새상품을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수당을 챙기기 위해 승환 계약이 더 좋은 조건이라고 포장하며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 금감원은 부당 승환계약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주요 보험사들과 대형 GA에 지난 1년 간의 신계약과 해약 현황을 제출토록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정착률이 크게 낮아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설계사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정착률 높이는 것을 보험업계가 공동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