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에도 월급쟁이 호주머니 사정은 '초라'

2017-06-07 13:49
2000년대 들어 실질임금증가율. 경제성장률보다 1.66%p↓
물가인상률 > 임금인상률…세금 인상률 포함 시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줄어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21년째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적금을 해약했다. 월급은 쥐꼬리만큼 늘어나는데 나가는 돈은 눈에 띄게 늘어 모자란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서다. 회사는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지만, A씨가 이를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다. 다만 회사가 문을 닫을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만이 있을 뿐이다.

2000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경제성장 속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경제 성장의 영향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비정규직의 확산과 물가인상, 세금 증가 등 근로자의 호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7일 정부와 납세자연맹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2년 3.1%, 2013년 2.5%, 2014년 1.2%, 2015년 2.7%, 지난해 2.8%였다.

반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의미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지난해 2.8%로 실질임금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것은 2012년이 마지막 해였다.

5년 평균으로 따지면 GDP가 2.82% 늘어날 때 실질임금은 2.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0년대로 시기를 넓혀봐도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해는 2002년, 2003년, 2012년뿐이었다. 2000∼2016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4.18%였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은 2.52%에 머물렀다.

임금인상 없는 성장은 이명박 정부가 주장한 '낙수효과'가 기대했던 선순환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고소득층·대기업의 소득 증대가 저소득층·중소기업에 이어지지 못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이 가져갈 몫을 기업이 가져갔기 때문"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비정규직이 더욱 확산하며 실질임금 증가율이 더욱 더디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 세금 증가 역시 실질임금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납세자연맹이 과세 근로자 평균 연간 급여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06년 4047만원에서 지난해 4904만원으로 10년간 약 857만원, 21.1%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24.6%로, 이를 반영한 인상금액은 996만원이었다. 물가인상률보다 근로자 급여 인상률이 낮아 실질 임금이 139만원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임금인상액 857만원에 대한 근로소득세·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인상분은 273만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임금은 모두 412만원 감소했다는 게 납세자연맹의 설명이다.

납세자연맹은 "실질임금 감소는 민간소비 감소와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진다"며 "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하고, 사회보험료 인상을 국회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