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때론 소통이 불편할 때도 있다

2017-06-07 18:00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요즘 기업에서 화두는 소통이다. 금융 공공기관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강당처럼 다수의 직원을 모아놓고 기관장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원웨이(One Way) 방식의 소통이 주를 이뤘다. 기관장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보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줄줄 읽는 일이 많았다. 상명하달식 내용 전달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통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수직적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 일사불란한 조직문화를 추구했다면, 요즘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누가 더 기발한 방식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토크 콘서트부터 다과회, 타운홀 미팅, 시내 먹거리 투어 등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선 사내 인트라넷 등의 익명 게시판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게 했다. 기관장에게 다이렉트로 직원들의 이야기와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위원회도 꾸려지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이 모든 것은 20~30대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것이다. 조직이 좀 더 젊어지기 위해서는 최전선에서 실무를 집행하는 젊은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공공기관 특유의 보수적이고 보신주의적인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기관장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자신이 건의한 내용이 실제로 반영돼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관장이 '소통'을 이유로 예고 없이 지점을 불쑥 찾아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공공기관 한 직원은 "어느 날 갑자기 기관장이 일하는 곳에 불쑥 나타난다고 생각해봐라. 24시간 긴장 모드 아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또 소통을 빙자한 빈번한 행사에 부담을 느끼는 이도 있다. 다른 기관 직원은 "전과 달리 기관장들이 권위를 버리고 아래 직원에게 다가와주는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누군가에겐 소통을 위한 각종 행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