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읽는다

2017-05-28 12:26
문재인 정부와 위장전입 두번째 이야기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약속이다.

정치권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처리할 예정이었던 인사청문회 보고서는 야당의 반발로 채택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28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서서 야당 원내대표들과 접촉하는 등 정무라인을 풀가동해 야당 설득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둘러싼 혼돈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는 약속은 야당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한 것이었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MB 정부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이 더 많았으며, 박근혜 정부의 경우 위장전입이 드러난 경우에도 총리가 된 적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구시대가 그렇게 했으니 새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뜻인가.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든 1700만 명의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구시대와의 결별과 적폐청산이었다.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끌어내기 위해 이렇게 촛불을 든 것은 아니다”는 말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촛불시민혁명에 나선 그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왜 이 대목에서 침묵하나. 문 대통령이 구시대와 작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진정어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이번 사태가 길어질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개혁의 동력은 내부에서부터 점차 사그라진다. 많은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며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총리인준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이 약속을 대체로 지켰다. 그런데 지난 26일에는 문 대통령 대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주요 사안’에 이번 총리인준 사태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인가. 어느 다른 국정보다 주요한 사안이 바로 총리 인사다. 새 정부의 첫 조각(組閣)이 실타래처럼 엉키고 있는 것이야말로 정말 ‘주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또 취임사에서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제가 한 약속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고 밝혔다. 위장전입은 문 대통령의 공약 중 고위공직자 배제의 5대 원칙에 포함돼 있다. 5대 원칙은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에 포함될 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심혈을 기울였을 초대 총리 인선 과정이 삐거덕되는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 괴롭고 힘들더라도 대통령으로서 현 사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모습을 많은 시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인용한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라고 문 대통령은 말했다. 이 약속의 실천도 보고싶다.

문 대통령을 이번 대선에서 지지했든 그렇지 않았든 10명 중 9명이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 같은 기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를 시작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사 등 여러 연설을 통해 시민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향후 나아갈 길을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말은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얻게 된다. 

이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문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사대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