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슈퍼도 약 팔려면 연중무휴 운영하라니…말도 안되는 규정"
2017-05-25 06:15
중소기업·자영업자 앞길 막는 규제 개선해야…현실적인 규제·제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지방에서 작은 동네 슈퍼를 20년간 운영한 A씨는 5년 전 나들가게 지원사업에 당첨되면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체로 지정받았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약국 외 24시간 연중무휴 편의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는데, 비수도권 나들가게와 도시 외곽 리조트, 콘도 등에서도 최근 판매가 허용됐다.
문제는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모든 가게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아내와 둘이 운영하는 데 명절에도 일하라는 것"이라며 "밤 12시 이후 의약품을 찾은 손님이 지난 1년간 한 명도 없었는데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토로했다.
상비의약품 판매를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를 갖춰야 한다는 규정은 시행령이 아닌 약사법에 나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은 시행령보다 개정이 복잡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약사들이 알력을 행사해 24시간 연중무휴라는 규정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편의점이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이야 상관없겠지만 24시간 운영 점포가 없는 시골에서는 사실상 약국에서밖에 안전상비의약품을 팔 수 없다"고 설명했다.
25일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활동백서 '2821일의 두드림'에는 각종 규제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의 삶을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 B씨는 설비 증설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전기안전관리자 선임규제 때문이다.
부품 건조장치 1대의 소비전력이 146kW인데 1대를 증설하려 했더니 총 전력이 1천kW를 초과해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했다.
이 규제는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었다.
B씨는 "지역에서 전기안전관리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 부담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자칠판 제조업체 대표 C씨는 안전인증, 전자파 인증 등을 받느라 지금까지 인증비용만 1천400만원 넘게 들었는데 조달시장에 참여하려니 단체표준인증을 또 받으라는 말에 분통이 터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이 중복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외국에서 받아온 인증은 인정하지 않는 등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며 "인증 업체 배만 불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서는 "중소기업 경쟁력은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규제, 제도 및 기업환경 위에서 민간의 자율경쟁이 활성화될 때 높아진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성장여력을 갉아먹는 말도 안 되는 규제는 과감히 털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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