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 법원경매는 가계주택 대출의 핵심 시스템
2017-05-22 14:00
이창동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선임연구원
지난 4월 20일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연체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방안의 주요 내용은 재무적 곤란 발생 시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혹여 연체가 발생하면 담보권의 실행을 유예하며, 담보물 매매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이야기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의 연체가 발생할 경우 현행 2~3개월 내 바로 경매에 넘기는 방식에서 1년간 경매 매각 시점을 연기해 주고, 이 기간 동안 집을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얼핏 채무자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서민들이 담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마련하고 있으며, 실직이나 폐업·질병으로 인해 장기간 수입이 끊겨 대출금 상환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체로 인해 당장 살 집을 구하지 못한다면 1년 동안 경매를 유예해 준다니, 심각한 가계부채 위기 속에서 작은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에는 난관이 많이 있다. 주택가격이나 부부합산 소득 등 지원요건이 까다로운 것은 차치하고 주택담보대출 금융회사의 50%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사실 경매에 나온 주택을 살펴보면 1·2순위 채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권 이외에도 캐피털이나 카드사 등의 가압류, 세금 체납으로 인한 압류, 개인 근저당 등 다양한 채권 관계가 얽혀 있는 부분들이 많다. 자세한 사항은 제도가 진행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제도에 동참하는 제1금융권 이외에 개인근저당이나 제도에 동참하지 않는 제2, 3금융권 등의 채권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강압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1금융권 채권만 있는 물건을 대상으로 하면 그 수요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리스크 발생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이 주목되는 점이다. 제도 시행 이후 직접적인 대응은 없겠지만 채권 회수율이 악화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분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가계대출 한도를 줄인다거나 혹은 채권최고액의 상승, 보험가입 등의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가계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증하는 가계주택 부실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폭압적인 경매 이미지에 매몰되어 경매에 대해 악의적인 제도로 없애거나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법원경매는 약자를 핍박하고 집을 빼앗는 약탈적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주택이라는 담보의 가치를 높여주고 원활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신뢰도 높은 시스템이다. 경매라는 제도가 없다면 집을 담보로 과연 은행에서 지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는가? 섣부른 시스템 변경으로 시스템 이용자 모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