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연설문은 '反나토' 성향 밀러가 작성한다

2017-05-19 03:11

"나토는 낡은 유물" 비판…'트럼프 책사'로 반이민 행정명령 기획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오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반(反) 나토' 성향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책사'로 불리는 밀러 고문은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 주요 연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 내 대표적인 국수주의자로 나토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밀러 고문이 28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나토 정상회의 연설문을 쓰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 언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선 캠프의 정책국장이던 지난해 3월 폭스뉴스에 나와 "나토는 수십년전 만들어져 현재 미국의 외교정책 도전과는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나토를 "쓸모없는(obsolete) 기구"라고 혹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회담한 후 나토에 대한 태도가 약간 달라지긴 했으나,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그는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내가 예전에 나토가 쓸모없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더는 쓸모없지 않다"고 말했다. 러면서 그는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부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버즈피드는 "밀러의 완강한 국수주의적 세계관을 고려할 때, 그가 연설문을 작성한다는 소식을 원래의 극단적인 수사로 되돌아가는 망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밀러 고문은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연설 원고 작성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월말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반이민' 행정명령의 숨은 기획자로, 이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시행이 중단되자 "시애틀의 일개 판사가 미국의 법과 헌법에 대한 사견을 대통령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스티븐 밀러, 축하한다. 일요일 여러 방송에 출연해 나를 대변했다. 잘했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첫 해외순방에 나서 사우디, 이스라엘, 바티칸, 벨기에, 이탈리아 등 5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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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