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출사표와 퇴사표
2017-05-18 16:21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지났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변화가 많다. 많은 국민이 그런 변화를 즐기고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 지난 정부와 달리 유쾌하고, 친근하고,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기에 그런가보다. 비서관들과 함께 커피 잔을 들고 산보하고, 직접 상의를 벗어서 의자에 걸고, 직접 식판을 들고 다니는 모습들마저 신선해 보인다. 이런 변화가 소소해보이지만 참 따듯하다.
최근 ‘출사표’(出師表)가 많아진다. 새 정부의 새로운 자리에 내정되고 임명되면서 한마디씩 그 자리에 임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제갈량의 출사표가 가장 유명하지만, 위나라 정벌에 나서는 장수로서의 소회이기에 지금 상황에 적절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다산 정약용이 28세에 문과에 합격하여 밝힌 “둔졸난충사(鈍拙難充使) 공염원효성(公廉願效誠)”을 한 번 더 읽어보길 권한다. 다산이 공직에 임하는 자세와 철학으로써 일관되게 강조한 ‘공정’과 ‘청렴’의 두 글자(公廉)가 특히 눈에 띈다.
그 많은 출사표보다 더 빛나는 ‘퇴사표’(退師表)가 지난 일주일 사이에 잇따른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측근들이라고 불리던 분들이 해외로 나가고, 지리산으로 떠나고, 은둔을 선언하면서 밝힌 글들이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 새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한 분들이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안타까운 박수’를 보낸다.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있는 새 정부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들로서 인재 발굴과 적재적소 배치, 새 정부 초기 100일 플랜, 야당과의 협치, 국민통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국정과제의 선정과 실행계획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출범하는 국정기획위원회(과거의 인수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의 성공적인 업무 수행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과제들 중에서 꼭 실천해야 할 단기 과제들과 중장기 과제들을 선별해내고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부여하고 예산 계획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위원회는 국민의 생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의 양과 질의 문제를 다루고 성과를 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부여받았다. 다소 버거워 보이는 공약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도 걱정이다.
경륜 있는 분들의 지혜를 모으고, 국민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노사 간의 이해상충과 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겠지만, 대승적 견지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낸다는 ‘역사적 소명의식’과 국민의 뒷받침이 있다면 극적인 타결도 가능할 것이다. 스웨덴, 덴마크 등의 성공 사례도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당사자들은 좋아하지만 영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걱정한다. 이런 문제들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