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月城)서 '인신공양' 증거 확인돼

2017-05-17 09:42
팔다리 곧게 펴진 상태로 성벽 진행 방향에 놓여 있어…"죽인 뒤 매장"

경주 월성 발굴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경주 월성(月城)에서 5세기 신라인들이 성벽을 쌓으면서 사람을 제물로 바친 흔적이 확인됐다. 건축물을 세우는 과정에 인신공양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월성 서쪽 성벽 서문 터 근처 발굴현장에서 성인 인골 2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1.5m 높이의 성벽의 기초부 상단에 묻혀 있었으며, 각각 키 165.9cm의 남성(추정)과 키 159.3cm의 성별 미상 유골이다. 

이들이 인신공양 증거로 판단되는 것은 팔다리가 곧게 펴진 데다 성벽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인골이 가지런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발치 끝에서 발견된 신라시대 토기 4점도 그 근거로 제시됐다.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독약 등으로 목숨을 끊은 뒤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골들이 발견된 위치도 주목할 만하다. 성문은 적군이나 질병 같은 재앙이 드나드는 통로로 인식돼 제의가 빈번하게 행해졌기 때문이다. 백제시대 주술용 남근(男根) 목간도 부여 나성(羅城)의 동문 근처에서 출토된 바 있다.

한편 이번 발굴에서는 간지(干支·연도)가 적힌 목간도 출토됐다. 이 목간에는 '병오년'(丙午年) 묵서가 적혀 있는데, 이는 법흥왕 13년(526년) 혹은 진평왕 8년(586년)에 해당한다. 만약 법흥왕 13년으로 최종 확인되면, 성산산성에서 나온 목간보다 앞서는 삼국시대 최고(最古) 목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