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헨더슨 섬 '쓰레기 몸살'…"3천200만개 뒤덮여"

2017-05-17 05:34

생태계 '보고'에 환경파괴 심각…1회용 플라스틱 대부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남태평양 동쪽에 위치한 생태계 '보고'인 무인도 헨더슨 섬(Henderson Island)이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국립 타스마니아대 제니퍼 레이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15년 3개월 20일간 헨더슨 섬에 쌓인 쓰레기를 분석한 보고서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헨더슨 섬에 쌓인 쓰레기는 3천200만 개 이상이며, 중량은 17.6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쓰레기는 병정 장난감에서부터 도미노, 칫솔, 안전모, 라이터 등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헨더슨 섬에 쓰레기 더미가 쌓인 것은 '남태평양 소용돌이'(South Pacific Gyre)로 알려진 해류의 용승 작용 탓이다. 해류의 용승 작용으로 쓰레기 더미들이 헨더슨 섬으로 밀려온다는 것이다.

섬으로 밀려온 쓰레기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해변에 얕은 침적물 사이에 묻혀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 저자인 레이버스 교수는 "3개월 20일간 1만3천여 개의 쓰레기를 매일 치웠다"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게가 화장품 케이스에 집을 짓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아기 젖꼭지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서 휴대전화 케이스와 칫솔 등은 씻어서 사용하기도 했다"면서 "우리가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영구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환경에는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헨더슨 섬은 뉴질랜드와 칠레 사이에 위치한 영국령 피트케언 군도의 하나다. 10종의 희귀 식물과 4종의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유네스코로부터 매우 독특한 생태 환경을 지닌 산호환초로 지정된 바 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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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