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자본시장 적폐도 청산하자

2017-05-10 15:11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친구가 하소연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그는 "공매도 세력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십수년을 증권맨으로 일하면서 공매도로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거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거래다.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되사 차익을 얻는다.

공매도는 물론 순기능도 있다. 당연히 불법도 아니다. 시장 유동성을 늘려주고, 주가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게 해준다.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번번이 나왔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이유다. 그렇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한다. 공매도로 피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개인투자자다. 계속 공매도를 허용하더라도 부작용을 막을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강조해왔다. 자본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들린다. 차익실현을 예상해 대규모 공매도 물량이 출회될 거라고 한다. 지수가 갑자기 조정을 받으면 공매도 세력은 큰 돈을 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그만큼 피해를 봐야 한다. 코스피가 치솟은 이유는 많겠지만,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영향을 줬을 거다. 새 자본시장 정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를 강조해왔다. 상법 개정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법이 바뀌면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중투표, 전자투표 같은 새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 이는 모두 소수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소수주주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함으로써 대주주 전횡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공약에서는 '디테일'이 부족했다. 새로 정책을 세우고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공매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아닌 이재명 후보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공매도 공시제도 확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외국인, 기관 같은 큰손에 밀려 번번이 피해를 입어 온 일반투자자가 원하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불신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펀드 투자자 수가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사가 제 무덤을 팠다. 불완전판매는 번번이 욕을 먹으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내놓은 자료를 봤다. 만 25∼64세인 성인 남녀 2530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11월 기준 32.3%에 그쳤다. 이에 비해 2012년 같은 조사에서는 비율이 50%를 넘었다. 펀드 투자자 비율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불신이다. 재단에서는 금융사가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그렇다'는 응답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금융사가 회사 이익만 챙길 뿐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불공정거래도 뿌리를 뽑아야 할 적폐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적폐 청산을 목적으로 2013년 9월 자본시장조사단을 꾸리기도 했다. 효과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주식거래, 불성실공시나 작전세력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가 새 역사를 쓰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자본시장 안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왜곡되지 않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한다. 투자자로부터 칭찬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보다는 욕을 덜 먹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