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새 대통령에 거는 ‘3P 리더십’
2017-05-10 07:00
어쨌든 승패는 갈렸다. 대통령 당선인과 지지자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들이 당장 맞닥뜨린 건 냉엄한 현실이다. 2014년만 해도 3.3%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에 머물 전망이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것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잠재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대외 여건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미 FTA를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수출업체들의 긴장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중국에 진출한 크고 작은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 안팎에선 중국 내 판매가 올해 목표(195만대) 대비 절반인 100만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바뀌면서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 역시 고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자위대를 합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3강(强)이 저마다 나부터 살고 보자며 경제전쟁, 안보전쟁을 불사할 판이다.
이처럼 대외환경이 악화됐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경제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과 치솟는 청년실업으로 민심 이반이 극심한 상황이다.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새 대통령은 각별한 상황 인식과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 견인차인 기업들의 불안감부터 덜어줘야 한다. 정권 교체기에는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투자를 미루며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미리 제시하고 기업들이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추진됐던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에 대한 방향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기업활동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신성장동력 육성으로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제의 근간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또 한 편의 드라마가 모처럼 국민들을 환호케 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역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올랐다.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은 지난달 29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내우외환의 악재들 틈바구니 속에서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같이 놀라운 성과는 선수들의 열정과 집념 외에도 백지선 감독의 ‘3P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열정(Passion)’에 ‘연습(Practice)’, ‘인내(Perseverance)’를 더한 3P 철학을 강조하며 취임 3년 만에 최강의 팀을 만들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탄핵에 따라 치러진 ‘비상(非常)’ 선거였다. 때문에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변화에 대한 기대와 뭔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백지선 리더십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새 지평을 연 것처럼, 새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도 바뀔 것이다.
‘국민(People)’의 시대적 염원과 뜻을 존중하고, ‘경제 번영(Prosperity)’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마련한 뒤, 왕성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정책을 ‘실행(Practice)’해 나간다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기적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js33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