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카타르 사태와 중동의 패권 경쟁
2017-07-04 08:54
사우디는 지난달 5일 이웃인 카타르와 국교를 중단하는 단교 조치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동조하는 일부 걸프 국가들과 손잡고 육·해·공 통로를 차단하며 카타르에 전면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했다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란과 가까이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이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1981년 결성된 걸프협력회의(GCC)를 주도해 왔다. 이란 혁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따른 위기감을 배경으로 걸프 주변의 안보 불안에 공동대응하고 경제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단체이다. 카타르를 비롯,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오만·바레인 등도 회원국이다. 6개국은 모두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며 세습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다.
지난 20년간 카타르는 다른 수니파 왕정국가들과 달리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2006년엔 아시안게임을 개최했고 2022년 월드컵도 유치하면서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였다. 사우디와 달리 원유 대신 천연가스 생산에 집중하면서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아랍권의 대(對)이란 적대 정책을 반대하면서 사우디와 이란으로 나뉘는 지역 패권국가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곤 했다. 특히 카타르 왕실 소유의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우디 왕실의 치부를 드러내는 '눈엣가시'였다. 카타르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맏형' 사우디가 그동안 참고 참고 벼르다가 마침내 칼을 꺼내든 것이다.
이러한 사우디의 강경 드라이브는 최근 바뀐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과 관련이 있다. 2015년 이란 핵동결 합의를 이끌어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접근 방식과 달리 트럼프는 이란을 다시 압박하는 모양새다.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치가 나오기 불과 2주 전 트럼프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아랍권 지도자들을 불러놓고 이란이 중동 혼란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단교·봉쇄 사태로 카타르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역내 사우디의 경쟁상대로 훌쩍 커버린 카타르는 쉽사리 항복을 하지 않을 태세이다. 사우디는 봉쇄조치 해제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이란과의 절연 등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나 카타르는 이러한 요구를 두고 자국에 대한 주권 침해라며 거절했다. 걸프 아랍국들 간의 전례 없는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출발은 서방 경제제재 굴레에서 벗어난 이란의 세력확대로 중동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우디의 불안감이다. 재정 수입의 80%를 석유 판매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 사정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크게 악화된 것도 큰 변수이다. 작년 기준 청년층(20~29세)의 실업률도 28%에 이르러 사회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100만명의 사우디 인구 중 3분의2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근로자이다. 재정 악화로 작년에 이들에 대한 복지 수당 축소가 발표되었지만 반발이 크자 올해 다시 되돌려 놓았다.
지난달 21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81)은 왕위 승계 1순위를 조카에서 친아들인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1)로 교체했다. 지난해 ‘비전 2030’이라는 정책을 발표한 인물이다. 그는 사우디의 석유 의존 탈피를 위해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일부 민영화 등 대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방장관으로서 사우디의 예멘 공습을 진두지휘하고 지난 3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이번 카타르에 대한 초강경 정책이 나온 것도 모하마드 왕세자의 결단으로 알려져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공격적 외교정책을 취하는 그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