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장미대선 날 밝았다…저성장 극복 힘 모으자
2017-05-08 11:29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장미대선의 날이 밝았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여느 선거와는 많이 다르다. 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방향도 많은 수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19대 대선은 재외투표율 75.3%, 사전투표율 26.06%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본 투표까지 왔다. 9일 치러지는 본 투표 역시 최고치 경신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19대 대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 뒤섞여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거친 한국경제를 새 정부 출범 후 어떻게 끌고 갈지 관심이다.
출범 초기 전체적인 정부 정책 밸런스는 상당히 좋았다. 2013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리고자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을 누볐다.
당시 현 부총리가 한 기업인을 등에 업고 환하게 웃는 사진은 바로 시장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약발’로 이어졌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박 정부는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저성장으로 진입하는 모든 국가들이 겪는 ‘경기부진→고용악화→소비침체’ 악순환 고리가 한국경제에도 적용되는 시점이 박 정부 들어 심화된 것이다.
공약가계부는 2015년부터 무용지물이 됐다. 해마다 돌발변수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는데 공약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말 그대로 ‘뜬구름’에 그쳤다. 그 사이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동아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까지 그 세력을 뻗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19.4%로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2015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개편이나 담뱃값 인상과 같은 ‘꼼수 증세’로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이 사이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33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박 정부 4년간 531조원이라는 빛이 눈덩이처럼 쌓였다. 이는 전체 국가부채의 58.9%에 달한다.
뒤늦은 4대 구조개혁은 어설프게 추진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며 노조의 반발을 샀다. 중국 내수시장 전략은 한반도 사드배치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현 정부는 출범 초기 내놨던 정책 가운데 절반도 펼치지 못한 채 대통령 없이 쓸쓸하게 퇴진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새 정부 경제팀은 이 같은 현 정부의 정책 부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전 정책을 들어내려고 하면 벽에 부딪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올해 증권, 금융, 수출, 내수 등 곳곳에서 훈풍이 불고 있다. 분명한 것은 9일 이후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할 일이 많다는 부분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일자리 창출 등 산적한 경제현안이 즐비하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운 정치적 이슈를 떠나 이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경제부흥’을 위해 뭉쳐야 할 시기다. 물론 새 정부가 본격적인 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수선한 현 상황을 돌파할 만한 과감한 결단도 수반돼야 한다.
불황터널 저자인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학교 국제학술원 교수는 장기불황을 ‘오쿠타다미 터널’로 비유했다. 오쿠타다미는 일본 니가타 현에 있는 댐이다. 이 주변으로 짧은 터널이 연이어 나오는데, 일본의 장기불황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한국경제 역시 오쿠타다미 터널과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저성장 공포를 극복해야 지금의 훈풍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장미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다. 새로운 정부가 심기일전해 침체된 한국경제를 바로잡을 첫 단추를 어떻게 꿸지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