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중 양국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29일 전화통화를 한 지 닷새 만에 이번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것.

시진핑 주석은 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4일 밝혔다.

시 주석은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피력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필리핀이 아세안 순회의장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이런 언급을 한 것이라고 당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SNS매체 협객도는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매우 친밀한 대화를 나눴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도 했다. 이는 미국이 최근 '친중반미' 행보를 보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껴안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미 초청을 아직 수락하지 않은 상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친미 국가라는 이미지를 던져버리고 지정학적 이점과 함께 아세안 의장국이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 문제로 대립각을 세워온 중국과는 밀월관계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하는 그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1일엔 10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 해군 함정에 직접 승선해 중국 해군의 모자를 써보이며 중국과 필리핀의 밀월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필리핀에서 개최한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구가 빠진 것도 의장국인 필리핀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말 러시아를 처음으로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양국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앞서 2일 사설을 통해 필리핀의 균형잡힌 외교술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에 편향된 한국이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