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 쏠림에 주금공 화들짝

2017-04-30 18:00
보금자리론 자격 요건 강화하니 적격대출로 쏠림 가속화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적격대출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정책모기지 수요 예측에 또다시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연초부터 나오는 이유다. 쏠림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갑자기 보금자리론의 문턱을 높여 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던 사태가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주택금융공사는 30일 적격대출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자 분기별로 관리하던 판매 한도를 4월부터는 월별로 관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금공 관계자는 “올해 1분기까지는 분기별로 적격대출 한도를 관리했지만 4월부터는 월별로 한도를 관리한다”면서 “쏠림현상이 지속된다면 월별 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각 은행의 실적, 수요, 전년도 실적과 함께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판매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한도를 개별로 정한다.

주금공이 뒤늦게 적격대출 한도를 월별로 관리하고 나선 것은 정책모기지의 판매 속도가 심상치 않아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포함)은 올해 1분기 27.78%(6조2792억원), 적격대출은 16.65%(3조4968억원)을 소진했다. 특히 보금자리론의 경우 3월 들어서 판매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적격대출은 1월 4683억원, 2월 1조2015억원, 3월 1조8270억원으로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면서 "사실상 20·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적격대출뿐이어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더욱이나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2%대 고정금리를 제시해 인기몰이를 해 온 보금자리론의 문턱이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주택가격 6억원 이하로 지난해 대폭 강화되면서 보금자리론으로 가야 할 서민들의 수요가 적격대출로 몰린 것도 한몫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며 소득요건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면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나누면 부부 각 소득이 3500만원 이하이고, 이들은 올해부터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보금자리론이 안 되면 적격대출, 은행 변동금리 대출, 5년 고정금리 상품(혼합형)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적격대출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금자리론 대출 실적을 보면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차입자에 대한 대출금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연말에 부랴부랴 적격대출의 한도를 강화해 쏠림을 강제 차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금공은 지난해 10월 보금자리론으로의 쏠림이 지속되자 자격 요건을 연말까지 강화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루 새 바뀐 자격 요건에 '정부 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김영주 국회의원은 “지난해 주금공이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에 보금자리론의 자격 요건이 하루 새 바뀌어 많은 서민이 혼란을 겪어야 했다”면서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금융상품은 타깃 대상이 명확한 게 핵심인데 보금자리론은 자격 요건을 강화한 탓에 실수요자들이 혜택에서 배제됐고 적격대출은 성격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금공 관계자는 "올해 초 정책모기지 개편에 따라 상품 간에 공급추이의 변동을 예상하고 정책모기지의 목표 관리를 전체를 통합해서 하고 있다"면서 "다만 목표 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하기 위해서 분기별 한도 관리에 월별 한도 관리를 추가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