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 평창동계올림픽 철도공사 담합하다 과징금 철퇴

2017-04-20 15:00
현대건설·한진중공업·두산중공업·KCC건설 과징금 총 700억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원주-강릉 철도공사 입찰서 담합하다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이들 4개사에 과징금 701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과징금은 현대건설 216억9100만원, 한진중공업 160억6800만원, 두산중공업 161억100만원, KCC건설 163억3000만원 등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법 위반 전력이 있어 더 많은 과징금을 내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3년 1월 발주한 9300억원 규모의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정하고 담합을 실행해 각각 1개 공구씩 낙찰받았다.

단순히 가장 낮은 공사금액을 써낸 건설사를 낙찰자로 선정되는 일반 입찰과 달리 최저가 입찰자를 선정하기에 앞서 '입찰금액의 적정성 심사'를 우선 통과해야하는 방식이었다.

'입찰금액의 적정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모든 입찰사의 평균 금액에 따라 결정되는 '저가투찰 판정기준'보다 더 많아야 한다.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을 공사금액을 써내야 했지만 비현실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써내면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는 구조다.

이들 4개사 중 들러리를 서는 3개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입찰해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낮췄다. 그리고 나머지 1개사는 이렇게 낮아진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참고해 이보다 조금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했다.

다른 입찰자들은 저가투찰 판정기준이 낮아진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담합에 참여한 입찰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내 낙찰될 수 없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들 4개사는 이런 방식으로 4개 공구의 공사를 나눠 수주했다.

이들은 또 입찰일 직전일과 당일 35회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입찰 담합에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메신저를 통해 담합 실행에 필요한 입찰 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했고, 공구별 낙찰 예정사의 입찰 가격도 결정했다.

이들은 합의대로 담합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찰 서류를 제출할 때 각 회사 직원들이 만나서 함께 제출토록 합의 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같은 공사의 입찰 과정에서 28개 건설사가 담합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를 제재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도 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위원회는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무처는 같은 공사 입찰에 참여한 28개 건설사가 서로 모의해 입찰 대상 공사 중 다른 공사에 비해 입찰 금액을 낮출 수 있는 '부적정 공종'을 모두 같은 공사로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입찰자는 일부 공사의 입찰 금액을 발주자가 정한 기준 금액보다 현저하게 낮춰 전체 입찰금액을 낮출 수 있지만 이런 부적정 공종 개수가 전체의 20%를 넘게 되면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때 다른 입찰자들이 전체 공사 중 어떤 공사의 입찰가를 얼마나 낮출 것인지에 따라 부적정 공종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28개 건설사들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교환해 전체 입찰가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들의 행위가 낙찰자·입찰률·낙찰가격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낙찰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기반시설로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요 수송수단이 될 철도시설건설에서의 입찰담합을 엄중 제재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