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자진신고 10건 중 7건 '면피성 신고'…"공정위 제도 개선해야"

2024-09-17 18:00
자진신고 174건 중 123건 조사개시 후 이뤄져
과징금 3453억2600만원 감소…'면죄부' 지적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담합행위 자진신고 10건 중 7건이 조사개시 이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기업이 자진신고한 담합행위 10건 중 7건이 조사 도중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담합행위 자진신고 174건 중 조사개시 후 이뤄진 사례는 123건(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담합행위 자진신고로 감소한 과징금은 3453억2600만원에 달한다. 2014년부터 집계할 경우 1조1565억8700만원으로 조사됐다.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줄인 셈이다.

공정위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41건의 담합행위 자진신고를 받았다. 이 기간동안 감면된 과징금은 343억6500만원이다. 이 중 39건(91.5%)은 조사가 시작된 뒤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문 의원은 담합의 조기 적발을 위해 지난 1997년 도입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도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합 가담자가 가장 먼저 자수하면 과징금, 시정조치 등 제재를 감면하는 제도를 '리니언시'라고 부른다. 자진신고 시점 등에 따른 혜택의 차이가 없어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는 기업이 이를 악용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감사원으로부터 지난 2021년 정기감사에서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정위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거나 법률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기업들이 담합행위로 얻은 막대한 이득은 챙기고 공정위에 적발되면 면피 자백을 통해 처벌을 피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