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논평] 김원홍 북한 국가보위상의 복권 의미
2017-04-17 00:00
지난 2월 3일 한국정부는 “1월 중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별 넷)에서 소장(별 하나)으로 강등된 뒤 해임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제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이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오랜만에 등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그가 다시 복권되었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김원홍이 ‘해임’되었다는 정부 발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계급 강등 및 복권 그리고 직무정지는 많이 있었지만 해임한 후 다시 그 직책에 재임명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북한 지도부가 김원홍을 해임하려고 했다면 굳이 대장 계급에서 소장 계급으로 강등시킬 필요 없이 계급장을 아예 박탈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원홍은 국가보위상 직에서 ‘해임’되었다가 다시 원래 직책에 재임명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직무정지’ 당했다가 복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직무정지’와 ‘해임’ 그리고 ‘숙청’(흔히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처형에 처해짐)의 의미가 매우 다른데 정부가 이들 개념들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섞어 씀으로써 우리 사회의 북한 정세 파악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김원홍 처벌을 공개하면서 “이렇게 김정은이 핵심 측근이자 공포정치를 뒷받침해왔던 김원홍을 해임함으로써 간부층의 동요가 심화하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하는 등 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김원홍이 ‘직무정지’당한 것인지 ‘해임’당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김원홍에 대한 처벌 사실을 공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정부 당국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리영길 전 총참모장이 ‘처형’되었다고 발표했다가 리영길이 공식석상에 재등장함으로써 정보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계속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팩트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그리고‘직무정지’, ‘해임’, ‘숙청’ 같이 처벌의 강도에 있어 매우 중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용어들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면 정부 발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이 상당히 신뢰할만한 대북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김원홍에 대한 징계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6년에 북한 내부에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 해외공관에서 여러 명이 한국으로 달아나자 그 책임 소재를 가지고 국가보위성과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국가보위성 담당 과장 간에 알력이 심해져 국가보위성 정치국 조직부국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간부들이 해임되거나 처벌을 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원흥 국가보위상은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국가보위성 담당 과장의 비리행위를 들추어내고 끝내 그를 잡아가두어 취조를 하다가 작년 10월경에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은은 이렇게 한심하니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인권유린국가로 평가한다고 하면서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책임자로 하는 중앙당 검열그루빠(그룹)를 국가보위성에 파견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는 소속 과장을 사망케 한 국가보위성과 각 도 보위부까지 구체적으로 검열하고 2017년 1월에 김원흥을 비롯한 많은 보위성과 도 보위부 간부들을 해임 또는 강등시켰다.
국가보위성에서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간부를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은 당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북한 체제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큰 사건이다.
하지만 김원홍이 김정은의 권위를 훼손하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한 것은 아니었고 과거 김정은의 군부 장악에 매우 큰 기여를 한 그의 최측근 인사였기 때문에 직무정지와 반성의 기간을 거쳐 이번에 그를 다시 복권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이 김원홍을 매우 깊이 신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국가보위성에 대한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감시와 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김원홍은 과거보다 훨씬 신중하게 처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