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논평] 차기 정부의 사드와 북핵 문제 해법

2017-04-14 15:03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현재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입을 손실은 단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드의 한국 배치로 인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안보상의 이익은 제한적인데 비해 우리가 경제, 안보, 외교, 남북관계에서 입게 될 손실이 훨씬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현재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의 관광업계와 문화업계 그리고 중국 진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는 5월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중국에 특사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특사를 통해 먼저 중국정부가 사드 보복을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한․중이 서로 대립하고 양국의 교류협력이 약화되는 것은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다면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환영할 일이다.

한국 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구축되어 대외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6개월 정도는 필요할 것이므로 한국정부는 중국이 적어도 연말까지 보복 조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것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곧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므로 경제적 보복으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이끌어내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한국의 차기정부는 중국정부에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안보 문제는 경제 제재가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특사를 통해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가 완료된 후 이를 철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한국의 특사는 성주에 배치될 사드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해 운용하는 방안 등에 대해 미․중과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한국이 미국 사드를 구입해 운용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를 가지고 중국의 핵미사일을 탐지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국의 1년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16조~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약 1조5천억 원에 사드를 구입해 중국의 보복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경제적인 선택일 것이다.

한국의 특사는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이끌어내어 미국이 한반도에서 사드를 철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단이 사드 배치 결정의 한 배경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차기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중 간의 고위급 안보대화 채널의 구축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새로운 고위급 안보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대중 특사 파견 후 미국에 특사를 파견해 중국과 협의한 내용을 가지고 타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먼저 한국이 미국의 사드를 구입해 직접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의 고고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것이 사드 배치의 유일한 목적이라면 한국에 사드를 판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만약 미 행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거부한다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이끌어내고 이후 사드를 조건부로 철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미 특사 파견으로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미․중 간의 접점이 마련되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합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한중정상회담을 개최해 한중관계의 회복과 안보 분야에서의 보다 긴밀한 한중협력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는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후 하반기에 대남 유화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에 한국의 차기정부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및 핵동결, 한국의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와 한국 배치 사드의 철수 및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 방안을 가지고 남북정상회담 및 남북한․미․중의 4자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합의하면 미국이 사드를 철수했다가 만약 북한이 합의를 어기면 사드를 재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 같은 조건부 사드 철수 방안을 수용하면 중국은 사드 철수 후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압력 수단들을 동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중국도 더 이상 반발하기 어렵게 되고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중국의 압력과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및 영변의 핵시설 동결을 위한 협상은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첫 번째 단계에서는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남북한이 이 같은 합의를 도출하면 중국과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한국에 배치한 사드를 철수하는 것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남북한․미․중의 4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추가 완화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규모의 축소 등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협상이 2단계까지 진전된다면 이후에는 비로소 6자회담을 개최해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갑자기 바꾼 배경, 배치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함으로써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들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