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동백기행
2017-04-10 15:00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남쪽바다 동백꽃이 다 지고 있다기에
붉은 꽃잎 붉게 익어 바다로 간다기에
늦은 꽃잎 마저 보러 봄볕 따라 갔습니다
여전히 너를 볼까 하염없이 갔습니다
파도소리 갈피마다 동백으로 이미 붉고
지는 자리 봄볕에서 새로 피는 동백꽃잎
내 마음서 다시 피는 지난날의 붉은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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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깥 날씨가 참 화창하다. 마음이 들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우리집에 사는 들고양이처럼 습관적으로 마당을 한 바퀴씩 돌게 된다. 새순 돋는 모양이 하루가 다르다. 저런 것이 있었나 혹은 내가 언제 저것들을 저 자리에 옮겨 심었나 하는 찰나마다 새싹들이 머리를 내민다. 매년 그렇지만 봄날 땅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들을 보면 새롭고 신기롭다. 또 경이롭다. 그러다 보니 담장에 산수유가 벌써 활짝 피었다. 노란 꽃잎에 마음이 또 설렌다. 해남이나 강진, 구례로 하여 섬진강을 한 바퀴 돌아오는 이맘때 봄꽃여행이 참 좋다. 그곳의 이른 봄꽃들은 다 지고 있을 게다. 그렇게 지는 꽃잎이, 다 지고 땅에 떨어진 꽃잎에 마음을 빼앗긴 어느 해 봄날의 여행길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이맘 때 나를 늘 들뜨게 만든다. 봄볕 좋은 날 진도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미 늦어버린 동백꽃이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잎이 너무 붉어 동백은 땅에서도 핀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날의 그 동백을 다시 볼까하여 그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