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봄 청소를 하다
2017-02-20 17:00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늦잠을 자다 봄볕에 깼다
너무 오래 써 나빠진 공기질로
겨우내 목이 아팠는데
이제야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한다
마음 뒤꿈치의 각질도
그리움에 언 굳은살도
봄볕에 불어 한 겹씩 허물을 벗고
용서하듯 봄바람을 입는다
봄볕은 속죄다
창문을 넘어온 박새는
선물 같은 봄볕이다
날개에서 버들개지가
생살처럼 피고
민들레향 제비꽃향이
살아서 파닥인다
집안은 꽃향기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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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로 마을의 눈들도 다 녹았습니다. 아직 바람 끝 추위는 매서운데 볕은 따스한 봄입니다. 늦잠을 자다 창문을 넘어 온 유난히 맑은 볕에 놀라서 깼습니다. 겨우내 묶어 두었던 실내 공기가 너무 답답합니다. 봄 청소를 할 때입니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고 이불을 볕에 내다 말립니다. 이럴 때 이따금 선물처럼 새가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새는 제 갈 길을 잘 못 든 것일 텐데 날개에 봄볕을 가득 묻혀 온 그가 선물처럼 반갑습니다. 사람을 보고 나갈 길을 찾아 머리를 창에 부딪치고 벽에 부딪치는 새에서는 봄꽃 향기가 납니다. 들어온 창문보다 더 넓게 창문을 열고 새를 날려 보냅니다. 더 많은 봄볕을 물고 올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