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혁]<3>‘인사가 만사’ 공정한 인사시스템 갖춰야
2017-03-28 18:00
박근혜정부 기간 11명 총리·장차관후보자 낙마… '인사참사' 원인은 비선·정권코드 맞춘 '오기인사'
아주경제 주진 기자 =역대 정부에서도 인재를 잘 뽑지 못해 사달이 난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시작으로 집권 내내 인사 참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심했다.
‘깜짝’ 발탁된 초대 총리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된 지 불과 닷새 만에 스스로 사퇴했다. 이어 3월 한 달에만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장·차관 후보자 5명이 줄줄이 낙마했다. 2013년 첫 방미 순방 시 벌어진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으로 인사 참사는 정점을 찍었다.
4년여 박근혜 정부 기간 낙마한 총리·장차관 후보자는 11명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의 낙마자(3명)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깜깜이 인사’, ‘깜짝 인사’, ‘수첩 인사’, ‘밀봉 인사’로 일컬어졌던 박근혜 정부의 철통 보안 인사는 공정한 인사 원칙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선 개입을 숨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비선에 휘둘리고 정권 코드에만 맞추다 보니 국민여론과는 거리가 멀었던 박 전 대통령의 ‘오기 인사’는 결국 부실검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잇따른 인사 실패 원인을 국회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렸다.
2014년 6월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자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인사청문회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참여정부의 인사수석실을 부활시키고, 인사 추천과 검증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가동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관피아 적폐 척결을 위해 인사혁신처를 신설하는 등 인사시스템 개혁도 단행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계속 이어졌다. 대통령 권한인 인사권을 최고의 권력 행사로 여기면서 공직을 전리품으로, 인사를 논공행상으로 ‘내 사람만 쓰겠다’는 인사관과 인사스타일 때문이었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도 소수의 참모진이 대통령 뜻에 따라 인사를 추천하고, 검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졌기에 결국 시스템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참여정부 인사수석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인사권을 독선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인사권을 밀실에서 광장으로 꺼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을 하는 자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정무직을 포함해 3급 이상 일반직 직위, 군·검·경·국정원·외교관 등 특정직의 일정 직급 이상 직위, 대통령이 위촉하는 정부위원회의 위원 직위, 공공기관의 임원 직위 등 총 3000여개에 달한다.
인사가 몰리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실 검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경우 부처 실·국장 자리까지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일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대선 과정에서부터 어떤 사람이 다음 내각에 임명될지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검증도 미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백악관 내 대통령인사실(OPP·The Office of Presidential Personnel)을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100명 정도 규모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사검증도 안정적으로 제도화돼 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은 국가의 자산이므로 국가의 자원을 사용해 인사를 해야 한다”며 “국가의 인재와 공직 인사를 관리하는 독립기구를 신설해 인사 풀과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인재원은 유지되도록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