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해법은 결국 'P-플랜'
2017-03-27 18:00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방향이 정해진다. 채권단 간 자율협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7~18일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의 성사 여부가 정해진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우조선에 대한 2조9000억원 신규 지원은 시중은행·사채권자 등 모든 채권자가 손실 분담에 동의하는 채무 재조정안의 통과를 전제로 한다.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 프리패키지드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채무 재조정안의 캐스팅 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약 3800억원의 대우조선 채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 채권의 28.9%로 가장 비중이 높다.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은 각각 1800억원, 1000억원의 채권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에 따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P-플랜이 적용되면 국민연금은 100%에 육박하는 출자전환을 해야 한다. 특히, 대우조선은 향후 현금흐름 발생이 어려운 탓에 사실상 채권자들이 거둬들일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P-플랜보다 자율협약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P-플랜을 진행하게 되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의 출자전환 비율이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사채권자 역시 채무 전액을 상환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율협약 방식이 더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P-플랜은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장점을 조합해 빠르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도입된 제도다. 법원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기능과 원활한 자금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했다.
그러나 P-플랜에 돌입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신규 자금이 들어가는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기업도산(청산) △통상의 법정관리 △P-플랜에 따른 법정관리 △자율적 채무조정 등 각각 처리방안별 비교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하지만 P-플랜 시 신규로 소요되는 자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P-플랜이 가동되면, 대우조선은 신규 수주뿐 아니라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계약 취소(빌더스 디폴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빌더스 디폴트 조항이 들어 있는 배가 96척인데, 이 중 발주 취소가 유력한 선박은 약 40척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정상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대우조선은 P-플랜보다 채무 재조정이 유리하다"면서도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하지 않아 P-플랜이 가동된다고 해도 P-플랜에 선례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