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우조선 분식회계 범위 넓게 인정..."허위공시부터 손해로 봐야"

2024-07-25 16:06
개인투자자 소송서 일부 파기환송…손해배상 범위 넓어져
대법 "허위 공시가 주가 하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나 다른 요인에 의한 주가 하락이 증명"

대우조선해양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분식회계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면서 최종 배상금 액수도 늘어나게 됐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김모씨 등 개인 투자자들이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표,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2∼2014년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로 관련자들이 수사받았고, 이후 고 전 대표와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징역 9년과 6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 등에 거짓 기재·표시가 있거나 누락돼 해당 법인 증권을 소유한 사람이 손해를 입으면 이를 지시한 사람이나 이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국민연금공단과 교직원·공무원 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정부도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법원은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 고 전 대표가 공동으로 약 102억원을, 2심 법원은 약 9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5월 3일까지의 주식 하락은 대우조선해양에 책임이 없다며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4월 1일은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가 포함된 재무제표와 부실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다음 날, 2015년 5월 3일은 '대우조선이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날로 알려졌다.

이에 2심 법원은 허위 공시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기에는 불분명하므로 언론 보도 이전까지 발생한 투자 손실은 대우조선해양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이 기간의 주가 하락분도 대우조선해양이 책임져야 한다고 봤다. 허위 공시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 기간에 피고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 원인이 허위 공시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를 넘어, 허위 공시가 주가 하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다른 요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하였음이 증명됐다"며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발생에 관한) 추정이 깨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밖에 법원은 지난 2015년 8월 21일을 정상 주가가 형성된 날로 보고 그 이전까지의 주가 하락분만 2심 법원이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로 인정한 부분은 타당하다고 봤다.

이날 판결을 근거로 향후 대법원은 개인 투자자들 외 기관 투자자의 손해배상 소송도 이번과 유사하게 결론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