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미터 콘크리트벽"..구체화되는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2017-03-19 16:13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대선 기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크고 아름다운” 멕시코 장벽이 그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국경세관보호국(CBP)은 장벽 시공업체 예비입찰과 관련해 몇 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높이다. CBP는 “높이에서 위용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최저 높이는 18피트(약 5.5m)이며 30피트(약 9m)가 이상적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들이 장벽 밑으로 터널을 파지 못하게 최소 지하 6피트(약 1.8m) 깊이로 심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장벽은 “정교한 등반 장비”로도 기어오르기 어려워야 하며 각종 도구나 자동차에 의해 물리적으로 훼손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해야 한다. 소재로는 견고한 콘크리트가 요구된다. 장벽의 문은 차량과 보행자가 드나들 수 있도록 너비가 7.5m 이상이어야 한다.

외관에 대한 조건도 빠지지 않았다. 미국 측에서 바라보았을 때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보기에 좋은 색으로 월담을 단념시키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3월 29일까지 시공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는 앞서 이 장벽을 건설비용은 멕시코 정부가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멕시코가 완강하게 거부함에 따라 일단 미국 예산을 들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시한 예산 추정치는 12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이며, 트럼프는 건설 첫해 건설비용으로 예산 41억 달러(4조6천억 원)를 편성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가장 필요한 지역부터 장벽을 건설한 다음 차차 이어갈 것이다. 2년 안에 완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BC에 따르면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건설비가 대통령이나 공화당의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250억 달러에 이르고 건설 기간도 3년 5개월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국경지대 토지 중 2/3가 민간 소유인 만큼 토지 매입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