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협회, 차기 회장 선임 진통 끝에 허수영 연임(종합)

2017-03-16 10:57
"회원사 모두 고사…전날 밤 고심 끝에 연임 결정"
"美·中 무역 갈등 및 국내 대선 잘 대응할 것"

허수영 제19대 석유화학협회장[사진=석유화학협회]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이 석유화학협회를 2년 더 이끌기로 했다.

석유화학협회는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현 허수영 회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당초 허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다.

2015년부터 협회를 이끌어왔던 허 회장은 그동안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연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차기 회장) 선임에 진통을 겪었는데 어제 막판에 결정했다"며 "(회원사들이) 전부 고사해 할 수 없이 맡게 됐다. 전경련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나지 않았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차기 회장 승낙자가 나오지 않아 허 협회장이 전날 밤에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협회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대림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돌아가며 협회장직을 맡는 순번제를 채택하고 차기 협회장 선임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순번제를 맡기로 한 회원사 CEO 모두 협회장직을 고사해 난항을 거듭해왔다. 당초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차기 협회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신규 편입된 생명과학부문 등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고사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의 경우 주로 중국 상하이사무소를 오가는 탓에 국내에 있는 기간이 많지 않아 거절했으며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은 한화 측에서 협회장을 여러 차례 맡았던 점을 이유로 고사했다.

여기에 협회 관련 업무가 많은 데다 업계를 대변해야 하는 특성상 협회장을 맡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지난달 개최할 예정이었던 정기총회를 한 차례 미뤘으나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회원사 CEO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순번제 대신 선출제로 전환해 5개사 외에 다른 회원사 CEO들에게도 협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타진해왔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협회를 이끌게 된 허 회장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에 대비하고 회원사들과 공동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정권 등 변화무쌍한 사안들이 있고 국내적으로 대선도 있기 때문에 잘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중국과의 무역관계 압박도 있어 그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협회장 순번제도 반드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순번제를) 다시 확립해야한다"며 "무척 노력했는데 이번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롯데그룹 화학BU장으로 승진한 허 회장은 그룹 내 화학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정밀화학을 맡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을 키울 것"이라며 "키우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법인인 LC타이탄 상장에 대해서는 "예전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상장시점은 어드바이저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