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통큰 배당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2017-03-13 18:00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매년 순이익이 축소되고 여전히 고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 5곳의 총배당액은 9550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순익 7266억원 가운데 배당금으로 4000억원을 책정했다. 신한카드가 LG카드 인수를 위해 조달했던 금액 6조7000억원을 모두 상환한 뒤 시행하는 첫 배당이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3494
억원의 순수익 중에서 1644억원을 현금배당액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순이익이 3345억원(2015년)에서 2951억원(2016)으로 줄었는데도 배당액은 2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25%나 늘렸다. 비씨카드도 지난해 수익 1402억원 가운데 1219억원(중간배당 포함)을 배당금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롯데카드는 822억원 가운데 187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대부분이 전년도에 비해 배당성향을 줄였지만 여전히 은행, 보험, 캐피탈 등 타 금융권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배당 확대는 주주가치 제고 등 기업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그 자체로는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카드사의 경우, 금융지주나 오너기업의 주력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배당금 대부분이 소액주주보다 지주사나 오너의 주머니로 쏠린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지분 100%가 지주사에 있고, 삼성카드와 비씨카드의 최대 주주는 각각 삼성생명과 KT다. 롯데카드 역시 롯데그룹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이(93.8%) 최대주주다. 

특히 일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외에 '대출'로 호실적을 거둬 비난 여론이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제1금융권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비교적 쉽게 대출이 가능한 카드대출로 가계 수요가 몰렸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포함한 카드대출 이용액은 97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3000억원(3.5%)이나 늘었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59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0.3% 줄었지만, 카드론이 38조6000억원으로 10% 증가했다.

일각에선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가 논의되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미래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배당 확대 보다는 빅데이터나 신생 핀테크 스타트업, 신기술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스터, 비자 등 글로벌 카드사들은 신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모바일 지불결제 분야와 핀테크기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관련 인력이 없어 시장조사가 어렵고,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신기술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 8곳 가운데 신기술에 투자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