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무역정책 두고 급진vs온건 '내전'..초반 온건파 승기 잡은 듯
2017-03-13 10:57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백악관에서 보호무역 정책을 둘러싸고 급진파와 온건파의 ‘내전’이 발생했으며 초반 추세는 온건파로 기울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다수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하여 급진적인 보호무역주의 찬성파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온건파에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FT에 최근 백악관에서 나바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은 콘을 비롯한 온건파가 이 때를 이용하여 이코노미스트들의 지적을 받고 있는 나바로의 발언들을 문제 삼아 나바로를 밀어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바로와 그가 이끄는 NTC를 백악관이 아니라 나바로와 같은 급진파에 속하는 윌버 로스가 이끄는 상무부 산하로 옮기는 논의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9일 멕시코 외무장관은 콘 위원장 및 백악관 관리들과 회담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연말까지 신속하게 마무리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 이는 NAFTA 재협상을 내년까지 천천히 깊숙하게 손보겠다는 로스 장관의 입장과 상충된다.
한 소식통은 나바로가 백악관에서 외딴 섬처럼 고립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NTC는 백악관과 인접한 구집무관에 있지만 콘의 NEC는 대통령 집무동에 있으며 최근 소속 인원도 늘렸다.
특히 최근 NEC는 오바마 정부에서 TPP를 추진한 앤드류 퀸을 영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에서 미국의 공식 탈퇴를 선언했지만 백악관은 지난달 퀸을 대통령의 국제통상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퀸의 인선을 두고 배넌이 세운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는 백악관에 ‘적’을 들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퀸의 발탁이나 나바로의 위축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전쟁 위협을 둘러싼 외국의 우려를 달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외국 관리들은 나바로보다는 콘과의 회담에 더욱 공을 들이며 NAFTA 재협상 등과 관련한 문제에서 관련국들은 콘이나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노조인 AFL-CIO의 정책위원장이자 최근 대통령 제조업 자문위원으로 지명된 테라 리는 FT에 “지금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월가 출신들이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개리 콘과 피터 나바로 모두 백악관 경제팀의 핵심 축이며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미국 기업들을 부흥시킨다는 대통령의 경제 어젠더를 실행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내부 갈등설을 부인했다.